쓰레기 게임, 망겜, 1등으로 망할 것 같은 게임. 국내 최초 레벨 없는 RPG 게임으로 화제가 됐던 <일랜시아>는 2000년대 초반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곳”으로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지만 지금은 10년 넘게 운영진에게도 버림받는 ‘망한 게임’이 됐다. 닉네임 ‘내이름전지현’, ‘마님은돌쇠만쌀줘’의 길드마스터이기도 한 박윤진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아직도 이 게임을 떠나지 않은 유저들을 찾아간다.
<일랜시아>는 IMF 키즈들의 안식처였다. 시간을 쏟을수록 절대적인 결과가 나오고 순수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게임 세계는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에게 성취감과 위로를 줬고, 노력과 결과물이 비례하지 않는 현실은 그들이 여전히 게임의 추억을 놓지 못하게 한다. 유저들 스스로도 ‘게임 자체가 무기력한 느낌’이라며 자조하지만 <일랜시아>의 매력을 고백하는 대목엔 순수한 애정만이 줄 수 있는 뭉클함이 있다.
넥슨사의 게임은 돈이 없으면 고스펙 유저가 될 수 없지만 <일랜시아>는 버려졌기 때문에 그나마 평등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나, 불법 매크로가 등장한 후 밸런스가 무너지고 자신만의 루트를 만들기보다 남들이 만든 것을 따라가게 됐다는 게임 내 풍경은 청년 세대의 현실과 닮았다. 실제 대면 인터뷰와 게임 채팅창을 통한 소통이 자연스레 공존하는 <내언니전지현과 나>는 형식 면에서도 그 경계 없음을 보여준다. 영화가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 넥슨은 12년만에 정식 이벤트를 열고 유저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