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 '더 프롬' 메릴 스트립과 니콜 키드먼, 졸업 파티에 가고 싶은 레즈비언 여학생을 돕다
2020-12-08
글 : 김소미

혹평과 실업으로 신음하는 한물간 브로드웨이 스타들이 졸업 무도회를 박탈당한 10대 레즈비언을 도우며 재기를 꿈꾸는 이야기인 <더 프롬>은 달콤한 노래와 춤, 귀여운 위트로 무장해 마음의 빗장을 부드럽게 열어젖힌다. 초반부의 매력도를 높이는 건 쇼 비즈니스로부터 수혈받은 거창한 나르시시즘을 자랑하는 네명의 브로드웨이 멤버들- 디디(메릴 스트립), 배리(제임스 코든), 앤지(니콜 키드먼), 트렌트(앤드루 라넬스)- 이다.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스타’ 이미지를 꿈꾸며 미국 러스트 벨트의 인디애나주로 향한 그들은 적대적인 학생-학부모들에게 평등과 자유의 가치를 전하려 애쓰지만, 일말의 불순한 의도 탓인지 도움은커녕 골칫덩이로 전락해버린다. 한편 동급생 연인과 그저 남들처럼 프롬파티에 가고 싶은 소녀 엠마(조 엘런 펠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싸움을 지속해나가면서, 화려하지만 엉성한 네명의 동료들과 차츰 우정도 쌓는다.

트럼프 시대와 작별을 고하며 할리우드가 보내는 상쾌한 뮤지컬 넘버처럼 들리는 <더 프롬>은 미국 중서부 보수층을 힐난의 대상으로 삼는다. LGBTQ+에 대한 탄압과 이에 대한 반격을 우화적 구도로 펼쳐내는 것이 다소 철 지난 접근처럼 느껴지지만, 5명의 인물들이 각자의 성장담을 포개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내러티브의 두께가 풍성해진다. 다분히 무난하고 기분 좋은 뮤지컬 장르영화로, 원작에서 검증된 탄탄한 스코어들과 더불어 메릴 스트립, 제임스 코든의 활약이 특별히 뛰어나다. 유머와 재치, 멜랑콜리를 정확하고 선명하게 터치하는 메릴 스트립은 <죽어야 사는 여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계보에 <더 프롬>까지 자신 있게 추가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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