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 '리플레이' 9.11 테러가 발생한 그날, 뉴욕으로 향하던 남녀의 이야기
2020-12-15
글 : 배동미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낯선 남성의 헤드셋에서 음악이 흘러나올 때, 그에게 함께 듣자고 제안할 확률은? 높지 않다. 세상은 넓고 음악 장르는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함께 듣게 된 노래마저 여주인공 조니(앰버 루바스)가 사랑해 마지않는 포크송이다. 앨리엇(조 퍼디)과 조니의 인연은 이처럼 두 사람의 음악적 취향과 공명하며 막 시작되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탑승한 비행기가 급선회해 출발지인 LA에 착륙하고, 관객은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9·11 테러가 발생한 바로 그날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공항은 혼란 그 자체고, 공중전화도 불통이다. 누군가의 온기가 필요할 때이지만 믿고 기댈 사람이 없는 상황 속에서, 앨리엇은 조니를 따라 그의 친척 할머니 집에 간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뉴욕에 가야 하는 사정이 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밴드 공연 연주자인 앨리엇은 공연을 위해, 조니는 결혼식 참석차 LA에 왔다가 본래 주거지인 뉴욕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두 사람은 할머니의 캠핑카를 직접 운전해 뉴욕으로 향한다.

<리플레이>는 포크송을 더한 로드무비다. 이동 중 넓은 대륙을 비추는 로드무비의 공식을 깨고, 영화는 운전 중 노래를 부르는 두 남녀에게 집중한다. 싱어송라이터인 배우 조 퍼디와 앰버 루바스의 음색이 부드럽게 교차하면,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전에 음악적 능력부터 알아차리는 두 캐릭터의 이야기가 힘을 받는다. 큰 아픔을 남긴 참사 주변에서 사랑은 그렇게 조심스럽게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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