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iew]
'며느라기', 정신 들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2020-12-15
글 : 최지은 (작가 <괜찮지 않습니다>)

‘먼지 차별’이라는 말이 있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일상적으로 만연해 있고 점점 쌓이며 유해함을 키워가는 차별을 뜻한다. 2017년, 수신지 작가가 SNS를 통해 연재한 웹툰 <며느라기>는 한국에서 기혼 여성이 흔히 경험하는 먼지 차별에 현미경을 들이대며, 입소문만으로 구독자 60만명을 훌쩍 넘기는 파란을 일으켰다. 갓 결혼한 회사원 민사린이 “시가 식구에게 예쁨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시기”인 ‘며느라기(期)’를 거치며 여성을 차별하고 착취하는 가부장제의 부조리를 깨달아가는 이 이야기가 요즘 다시 화제를 모은 것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며느라기>가 카카오TV에서 방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짚고 넘어가자니 치사스럽고, 그냥 넘어가자니 찜찜하다는 것이 먼지 차별의 특성이다. 맞벌이하는데 아들만 ‘가장’이라 치켜세우고, 갈치조림을 먹으면서 며느리에겐 굳이 무를 권하며 선물로 앞치마를 건네는 시모는 가장 눈에 띄는 ‘빌런’이다. 그러나 민사린(박하선)이 겪는 문제가 ‘고부 갈등’이라고 말하는 순간, 웃는 쪽은 따로 있다.

<며느라기>의 진가는 아내의 가사노동에 기대어 생활하면서도 전업주부라고 무시하는 시부, 입으로만 다정할 뿐 민사린에게 대리효도시키는 편안함에 취해 있는 남편 무구영(권율) 등 이 구조의 수혜자가 누구이며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혹은 안 하고 있는지) 예리하게 비추는 데서 드러난다. 무씨 집안의 또 다른 며느리이자 ‘며느라기’를 먼저 벗어난 여성으로서 민사린을 안타깝게 여기는 정혜린(백은혜), 민사린의 시누이인 동시에 자신 또한 며느리로서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는 무미영(최윤라) 등 좀더 복잡한 입장에 놓인 여성들을 그려내는 시선도 세밀하다. <며느라기> 댓글 창에서는 이런 말이 종종 눈에 띈다. “이런 건 제발 공중파에서도 방송해라.” 먼지처럼 못 본 척할 수 없도록, 꼭 봐야 할 사람들의 눈앞에 들이대주고 싶다는 얘기다.

VIEWPOINT

누구의 ‘딸 같은 며느리’도 되지 마라

원작의 전개를 거의 그대로 살린 초반을 지나, 3화에는 새로운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결혼 전 인터넷 쇼핑을 부탁하는 엄마에게 짜증을 냈던 무미영은 결혼 후 한껏 살가운 태도로 시모를 백화점에 모시고 다녀 ‘딸 같은 며느리’라 칭찬받지만 문득 엄마를 떠올리며 씁쓸해한다. 시가에 감정 노동하느라 정신없는 친구, 독박 육아에 시달리는 친구와 만나 ‘딸 같은 며느리’ 개념의 허구성을 토로한 민사린은 생각한다. “우리의 결혼 생활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힘겹다.” 여기서 질문, 남편들도 과연 그런 이유로 힘겨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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