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도시의 남자. 지창욱이 연기한 건축가 재원은 냉철하고 이성적인 인물이다. 그런 그가 사랑 때문에 흔들린다. <도시남녀의 사랑법>의 재원은 <수상한 파트너>(2017), <날 녹여주오>(2019), <편의점 샛별이>(2020) 등 지창욱이 최근 출연한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로맨스 연기의 연장선상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로맨스를 그린 이야기인 만큼 지창욱의 일상 연기를 더욱 긴 호흡으로 만나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어렵게 촬영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첫 방영일이 연기된 건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방역 지침을 지키며 조심스럽게 촬영하고 있지만 확진자 수가 줄고 안전해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정현정 작가님의 현실적인 로맨스 드라마를 해보고 싶었다. 각자 다른 시각과 입장을 가진 연인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더라.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드라마라 재미있고 신선했다. 이 작품은 사랑 이야기이자 사람간의 입장 차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로맨스 장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시대가 변해도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고전부터 현대물까지 사랑은 현실적이면서도 극적이고 판타지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비포 선라이즈>를 다시 보면서 ‘나도 한번쯤 저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건축가인 재원은 어떤 인물인가.
=냉철하고 이성적이라 한편으로는 차갑기도 하고, 일에 있어서 고집스럽기도 하다. 반면 사랑에 있어서는 공과 사가 흐트러질 만큼 감정적인 사람인 것 같다.
-실제 모습과 닮은 점과 다른 점은 뭔가.
=일에 집착하는 건 비슷하다. 다른 점은 재원 같은 사랑을 해보지 못했다. 한없이 망가지고 모든 걸 쏟아내는 사랑은 아직 해보지 못했다.
-재원의 어떤 면모 때문에 출연하기로 결심했나.
=마냥 동화 속 왕자님 같은 인물이 아니라서? 현실에 충분히 있을 것 같은 남자였다. 내가 맡은 역할도 좋지만 드라마에 다른 세 커플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사연도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경준(김민석)과 린이(소주연) 커플 이야기가 귀엽다.
-촬영 전 특별히 준비한 건 뭔가.
=서핑하는 인물이라 서핑을 연습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박신우 감독님과는 “새로운 인물을 만들지 말자”라는 얘기를 주고받았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으로 재원에게 다가가자는 얘기를 했다.
-재원은 은오(선아)를 만나면서 어떻게 변화하나.
=일에 있어서 완벽을 추구하는 재원이 사랑에 빠지면서 많이 흐트러진다. 빈틈이 생기고 감정적으로 요동치는 모습이 가장 큰 변화이지 않을까.
-대학 시절 선후배와 동기들의 단편영화에 성실히 참여하고, 졸업한 뒤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던 과거가 있다. 그런 경험이 배우로서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학교 강의보다 선배들과 함께 단편영화를 만드는 게 너무나도 설레고 즐거웠다. 영화학부 선배를 따라다니며 작업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돈이 없어서 얇은 패딩 하나 입은 채 추위에 떨면서 밤을 새우는데도, 맡은 역할이 없는데도 너무 재미있었다. 집안 사정 때문에 휴학하고, 돈을 벌어야 해서 생각보다 빨리 오디션을 보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경험했던 일들이 지금 연기를 할 때 끄집어낼 수 있는 무기라는 생각도 들고, 정말 소중한 경험이기도 하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원동력인 셈이다.
-30대에 접어들었는데 요즘 무슨 고민을 하나.
=배우로서 연기하는 게 더 어려워진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나 관객을 설득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나이를 먹으면서 더 깊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나답게 살 수 있을까, 행복해질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최근 인상적으로 본 영화는 뭔가.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주동우의 연기가 매력 있고 멋있었다. 사실 영화보다는 요즘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를 즐겨보고 있다.
-다음 작품은 <블랙콜>(감독 김창주)인데 좀더 많은 영화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없나.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로부터 힘을 얻기도 한다. 연기하면서 감정적으로 소모되기보다는 해소하는 편이다. 아직은 하고 싶은 작품들도 많고, 더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일에 욕심이 있는 만큼 더 많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 그렇다고 조급하지는 않다.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