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나를 가두는 이미지를 까부수다, <일단 뛰어!>의 송승헌
2002-05-15
글 : 황혜림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나, 거만한 놈?

건방지다는 사람도 있고, 예의 바르다는 말도 듣고. 성환이는 건방지다고 볼 수도 있지만, 뭣보다 남의 눈치를 안 보는 인물이죠. 교실에서 담배도 피우고, 욕도 막 하고. 살아가면서는 남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고, 기분 나빠도 웃어야 할 때가 있잖아요. 근데 성환이는 안 그렇죠. 개인적으로 친구 하고 싶진 않은데, 매력적이예요. <일단 뛰어>는 드라마보다 많이 풀어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검사나 엘리트처럼 딱딱하고 강직한 역할이나 <가을동화>같은 순정파를 많이 했는데, 절 가두는 이미지를 깨고 싶었죠. 고3은 누구나 경험하는 거고, 저도 공부만 한 건 아니라서 자신감 같은 게 있었어요. 그래도 카메라 앞에서 욕하는 건 처음이라 어색하더라구요. 나중엔 시나리오에 없는 욕을 하니까 감독님이 말렸지만.(웃음) 그냥 풀어논 말처럼 편하게 했어요.

젊다는 것

더 젊을 땐 잘 몰랐죠. 언제 스물일곱이 됐는지…. 상우하고도 그런 얘기했어요. 우리, 3년만 있으면 서른이라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집에 손 벌리기 싫어서 아르바이트 삼아 스톰 광고 찍은 게 평생 직업이 됐네요.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이 많이 갔어요. <청춘을 돌려다오> 같은 노래가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싶다니까요?(웃음) 대학 졸업반인 친구들을 술자리에서 보면, 뭘 해 먹고 살 지 고민이라면서 저보고 운이 좋대요. 일찍 내 일을 찾은 게 좋기도 한데, 너무 급하게 허둥지둥 살아온 것 같아요. 데뷔할 때부터 별로 웃기지도 않는데, 내가 하는 거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줬죠. 자기 투자와 개발을 하지 않으면 과분한 운이예요. 곱상한 외모에 좋은 몸매를 가졌지만 처음의 이미지를 깨면서 연기의 폭을 넓혀가는 브래드 피트처럼, 나이에 맞는 연기를 찾아가야죠.

영화는 나에게

기다리는 걸 가르쳐줬어요. <카라>는 영화의 첫 경험으로 소중하지만, <해피 투게더>랑 같이 하느라 영화에 대해 얘기할 시간도 거의 없었죠. 그래서 영화를 할 땐 드라마를 안 하겠다고, SBS랑 약속한 드라마를 먼저 찍다 보니 오래 걸렸어요. 영화가 참 좋아요. 감독과 배우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상의할 수 있는 것도, 누군가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보러 와 준다는 것도. 전에는 쟤가 왜 안 나오지 그런 말이 나오면 빨리 뭔가를 보여줘야지, 하는 조바심도 있었죠. 하지만 영화를 하면서, 오래 기다리는 만큼 오래 남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유가 생겼죠. 홍콩에서 찍은 <석양천사>를 보고 장국영씨가 공동주연을 제안했는데, 정말 아깝지만 사양했어요. 한국영화에서 먼저 배우로 인정받아야 할 것 같아서요. <일단 뛰어> 했다고 당장 배우 소리 듣겠다는 건 아니구요.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다음 영화를 기다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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