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인터뷰] '스위트홈' 이도현 - 진짜 연기를 알아가는 중
2020-12-31
글 : 임수연
사진 : 최성열

다양한 인물이 그물망처럼 얽혀 서로의 욕망을 견제하고 각자의 생존을 갈구하는 <스위트홈>에서, 은혁은 중립적인 내레이션을 맡았다. 피할 수 없는 멸망이 다가왔을 때 인간은 또 다른 진화, 즉 괴물화를 받아들일지 혹은 인간다움을 지킬지 덤덤하게 묻는 이도현의 목소리는 그린 홈 1층에 있는 생존자 집단의 리더로서 “모여 있는 게 생존 가능성이 높다”라며 주민들을 냉철하게 설득하는 캐릭터로도 이어진다.

원작 웹툰의 팬이었던 이도현은 “젊은 배우 누구나 현수(송강)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 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현수 캐릭터를 열심히 분석한 뒤 오디션에 갔지만, 감독의 눈에 띈 모습은 10분 남짓 준비하고 새롭게 읽은 대본이었다. 이응복 감독은 “이도현이 첫 마디를 뱉자마자 은혁 역에 캐스팅했다”라며 차갑지만 현실적인 캐릭터와 배우의 교집합에 주목했다.

-원작과 캐릭터 설정이 달라졌다. 웹툰의 은혁은 서글서글한 면도 있고 무엇보다 ‘오타쿠’ 설정이 강하지 않았나. 드라마의 은혁은 굉장히 이성적인 의대생으로, 웃음기 없이 예민한 인물이다.

=오히려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기존의 것을 따라가지 않고 나만의 것을 창조해낼 수 있으니까. 후반부에 수술하는 장면도 나온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인 만큼 연구도 많이 했을 것이고 수술 신이 허술해 보여선 안됐다. 원래 피가 나오는 영상을 잘 못 본다. 연기를 위해 실제 수술 영상을 찾아 봤을 땐 좀 메스꺼움을 느꼈지만 나중엔 적응됐다. 촬영장에 실제 의사 선생님이 와서 바늘 잡는 법과 꿰매는 법 등 하나하나를 알려주셨다.

-의대생 설정과 긴 헤어스타일, 안경이 잘 어울린다.

=다 같이 모여서 컨셉 회의할 때 안경 수십 개를 놓고 어떤 테를 꼈을 때 캐릭터가 더 냉소적이고 고지식해 보일까 고민하며 고른 거다. 사실 헤어스타일은 당시 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촬영 중이라 어쩔 수 없이 길게 간 건데, 카메라 감독님과 이응복 감독님이 별로 안 좋아하셨다. (웃음) 어떻게 보면 외모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한 아이처럼 보일 수 있어서 한편으로는 더 좋았다.

-상상하며 연기해야 하는 신이 많은 작품이다. 다른 캐릭터에 비해 은혁은 크게 오열하거나 소리를 지른다거나 하는 리액션이 많지 않아 연기하기가 더 까다로웠을 것 같다.

=지금껏 배우는 표현을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면서 여태까지 연기해왔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감독님이 최대한 표현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냥 가만히 있는 느낌이라 처음엔 연기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내가 무서운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다른 주민들도 동요하게 될 테니 티를 내지 않을 거라는, 은혁의 행동에 설득력을 먼저 세웠다. 그리고 괴물을 보면 무섭기도 하겠지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를 먼저 생각하다 보면 감정이 표출되기보단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느낌의 눈빛을 보여줄 것이라고 연기의 방향을 잡았다. 그러다보니 괴물을 보아도 감정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 표현 방식에 조금씩 적응됐다.

-<스위트홈>의 내레이션 담당이다. 왜 많고 많은 캐릭터 중 은혁이 내레이션을 하는 걸까?

=아무래도 제일 이성적인 인물이니까. 내레이션에 감정이 들어가게 되는 순간 한 쪽으로 치우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최대한 이성적으로 말을 해야 보는 사람도 중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사실 처음 내레이션 연기를 할 때는 감정을 되게 많이 담았는데, 감독님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셨다. 아무렇지 않은 듯, 오히려 비릿한 미소를 담는 게 좀더 나을 수도 있다고. 그래서 그 뒤로는 거의 모든 내레이션을 담백하게 처리했다.

-웹툰에는 은혁의 과거가 대략적으로 나오는데, 드라마에서는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대본에 없는 전사도 상상해보았나.

=어느 정도 있다고는 생각하며 연기했다. 그러지 않으면 은유(고민시)와 함께 있을 때 감정의 골이 깊어지지 않는다. 은유는 은혁이 챙겨야 할 유일한 가족이다. 은혁은 치기 어린 사춘기 소녀인 은유가 욱하는 것을 다 이해하고 받아주려고 한다. 그래서 항상 은유를 신경 쓰면서 연기했다. 은유에게서 돌아오는 건 욕밖에 없지만(웃음), 말 없는 사이가 더 애틋할 때가 있다고, 그게 감정적으로도 훨씬 와닿는다고 생각한다. 굳이 말로 사랑한다고 해야 사랑하는 것이 아니듯 은유와는 그런 특별한 관계가 형성돼 있다.

-<스위트홈>을 보면서 이건 주인공이 10명쯤 되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으하하하하.

-그만큼 다른 캐릭터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앞서 말한 은유와의 관계 외에는 이경(이시영)과 붙는 장면이 많다.

=이경과는 항상 팽팽했다.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누는 사람이지만, 감정은 전혀 주고받지 않고 오로지 일적으로 믿는 거다. 각자 할 일만 잘하자, 우리가 여길 빠져나가는 게 목표니까, 사적인 감정은 모두 버리자. 그래서 뒤로 가면 일부러 은혁이 이경을 자극하는 장면도 나온다. 은혁이 얘가 비열하지만 똑똑하다. 그렇게 해야만 다같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다. 그래서 누나랑 찍을 때는 슛 들어가기 전까지는 되게 화기애애하다가 슛 들어가면 텐션이 확 올라가곤 했다.

-1층 생존자 그룹의 리더로서 은혁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판단을 내려야 할 때가 많다. 가령 진옥 아줌마가 자기 딸(민주)이 근처에 있다면서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은혁이 안 된다며 막는다. 이 결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 안 했으면 상황이 더 안 좋아졌을 수도 있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죽을 수도 있으니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 거다. 내가 그 상황이었어도 사소한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똑같이 판단했을 거다.

-그렇다면 이도현이 생각하기에 은혁은 어떤 리더인가.

=좋은 리더이긴 하지만 정의감은 없다. 정의감은 없지만 좋은 리더라고 해야 하나? 모두를 살릴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할 수 있는데, 더 생각하다 보면 분명 아이디어가 나올 텐데 포기하고 선택을 빨리 내리는 경우가 있다. 가령 다 같이 괴물에게 달려들면 사람을 구할 수도 있을 텐데 왜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래서 시청자들이 <스위트홈>을 보고 은혁을 많이 욕했으면 좋겠다. 욕을 많이 먹을수록 나는 성공한 거다. (웃음) 은혁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은혁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살기도 한다. 거기에서 느껴지는 여러 감정이 분명 있다.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드라마를 더 재미있게 느꼈으면 한다.

-원작 웹툰에서 현수와 은혁은 닮았지만 다른 존재로 묘사되며, 이는 두 캐릭터의 결말과도 연결된다. 드라마에서도 특정 상황에 대한 현수와 은혁의 리액션을 교차 편집하며 대비시키는 구성이 있지 않나. 여러모로 현수와 은혁은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비교될 수밖에 없다.

=두 캐릭터 모두 외톨이라는 점은 비슷하다. 그리고 자기 인생은 스스로 주도해야 하지만 주변 사람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린 홈에서 깨닫게 된다. 은혁의 경우,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했던 행동조차도 주변 사람들이 없었다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수는 감정적이고 정을 많이 생각하는 반면 은혁은 정보다 현실이 중요하다. 두 사람의 판단은 드라마에서 대립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의 기사를 보니 예전엔 연기하려면 그걸 먼저 경험해야 한다는 고집이 있었더라. <스위트홈>은 현실에서 경험할 일이 없는 상황 아닌가.

=연기를 계속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꼭 경험해야만 연기할 수 있다면 사실 연기를 할 수 없다. 살인자 역할을 맡았다고 실제로 살인을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최대한 비슷한 사례를 생각하고 상상하며 살아가거나, 현장에 놓인 것들을 보며 몰입한다. 친구들이 “세트장에 괴물이 없는데 그럼 없는 걸 보고 연기했냐”고 많이들 물었는데, <스위트홈> 현장은 어느 정도 괴물 형상이나 시체 더미를 감독님이 다 만들어주셔서 수월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현장에 괴물 형상이 다 만들어져 있었다고? ‘보노보노’ 같은 걸 보며 연기했을 거라 상상했다. (웃음)

=있는 것도 있고, 눈알 괴물은 그냥 츄파춥스처럼 되어 있었다.

-그러면 집중이 안 되지 않나. (웃음)

=그 신은 내가 안 찍었다. (송)강이형이랑 김상호 선배님이 고생했지…. (웃음) 1회 마지막에 은혁이 맞닥뜨리는 괴물 촉수는 감독님이 계속 휘젓던 나무 막대기였다. 이런 모습이 다 메이킹 필름으로 나오면 좋겠다. 현장에서 정말 재미있었는데.

-직접 경험해본 것만 연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바뀌었다면, 배우가 진짜 느끼는 감정과 그것이 어떻게 보여지느냐간의 괴리도 고민하게 됐을 텐데. 배우는 정말 진심을 다해 연기해도 그럴싸하게 보이지 않으면 “뭐야, 발연기잖아” 할 수 있는 게 연기 아닌가.

=이성과 감성,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가야 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눈물 흘려야 하는 장면에서, 내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 진심을 담아 눈물을 흘려도 그게 보는 사람에겐 슬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머리로 계산하면서 좀더 애틋하게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게 더 진짜처럼 와닿을 수 있다. 드라마 <18 어게인> 감독님이 “나는 감정 신에서 네가 티어스틱(눈물이 나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을 써도 괜찮아” 라고 말했을 땐, 그것을 거부하고 싶었다. 진심을 다해 스스로 해내고 싶은데 티어스틱을 쓰면 거짓 아닐까? 감독님은 현실적인 분이고, 시청자들이 진심으로 느낄 수 있다면 이런 부분도 수용할 수 있다고 하신 거다. 내가 드라마에서 티어스틱을 쓴 적은 없지만 배우는 보여지는 직업이다 보니 티어스틱을 써서 더 진짜같이 보일 수 있게 한다는 말을 이제는 이해한다. 다른 배우들을 만나서 이런 고민을 공유하다 보니 내 생각도 정리가 되더라.

-<18 어게인>을 보면서 “저 배우는 누군가의 남편이었던 적도 아빠였던 적이 없을 텐데 어쩜 저런 감정을 연기해내지?” 하고 감탄했다. 아무래도 직전에 촬영한 <스위트홈> 현장에서 받은 영향이 컸겠다. 치열하게 몰입하고 연기 테크닉 면에서도 얻어간 게 많은 현장 아니었겠나.

=엄청 많이 배웠다. 뭔가 깨달았다 싶을 때 메모장에 쓰는 습관이 있는데, <스위트홈> 하면서 정말 많이 썼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도 더 자연스러워지고, 현장 자체를 어색해 하지 않게 됐다. 카메라 앞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좀더 멋있어 보이는지, 살을 빼는 게 낫다든지 하는 외향적인 것부터 연기 테크닉적인 부분도 감독님이 많이 잡아주셨다. 턱 근육을 많이 써서 씹히는 게 보이는 순간 이 사람이 고민하는 것처럼 비춰진다거나 하는 것들을 <스위트홈> 찍으면서 배웠다. <18 어게인> 하면서 그때 배운 내용들을 많이 적용했고, <18 어게인> 현장에서도 진짜 많이 배웠다. 그래도 항상 연기에 아쉬움은 남는다.

-오늘 얘기를 들어보면 이응복 감독과 잘 맞았던 것 같다.

=감독님은 뭐라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지만(웃음) 난 되게 잘 맞았다. 감독님을 진짜 좋아한다. 그래서 작품 하면서 감독님과 친해진 게 처음이다. 그 전에는 되게 어렵게 느껴지거나, <호텔 델루나> 때는 감독님과 가까워지긴 했지만 촬영 기간 자체가 길지 않았다. <스위트홈>은 촬영도 오래 하고 거의 매일 붙어 있다시피 했다. 같이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치고…. 감독님이 힘든 티를 전혀 안 내는 ‘철인’ 타입인데, 한번 디스크가 오셨다. 베드 펼치고 누워서 쉬고 계신 모습을 보고 “감독님, 이제야 좀 사람 같아요” 라고 한 적이 있다. 주변 사람들은 “도현이 말실수 했다”며 난리가 났는데, 감독님은 크게 웃으면서 내 말을 엄청 좋아해줬다. 아무래도 장난에 대한 결이 좀 맞는 것 같다. (웃음)

-촬영 현장에서 심적으로 힘든 순간도 많았을 것 같다.

=현수랑 은혁이 처음 만나서 대립하는 신을 찍을 때, 은혁이 명령조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강박이 좀 세서 연습을 너무 많이 해갔다. 그러니까 현장에선 잘 되던 발음도 꼬이고, 이상하게 눈도 동태 눈깔이 되고…. 감독님이 보기엔 은혁이 현수에게 기가 죽어있는 느낌이었단다. 그래서 내 뒤에 서서 직접 몸을 잡아주시기까지 했다. 그렇게 촬영이 끝나고 멘탈이 완전 나갔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했는데 왜 동태 눈깔이 되고 현수에게 지는 그림이 나온 거지? 이건 뭐지? 미치겠네? 이런 상황을 토로하니 감독님은 “그냥 편한 대로, 니가 하던 대로 해” 라고 하셨다. 사실 뭔가를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는 걸 <호텔 델루나>의 청명이 죽는 장면을 찍을 때도 경험했다. 그런데 <스위트홈>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다니…. 한번 겪었던 일인데 또 그러냐? 이 멍청아! 엄청 자책하면서 메모장에 욕도 쓰고 그랬다.

-연기 욕심이 상당한 거 같네. 노력파이기도 하고. 중학교 때까지 농구 선수로 활동하는 등 과거에 운동을 한 이력이 있던데, 운동하는 사람 특유의 악바리 근성일까.

=운동할 때 그런 게 있었다. 승부에서 지는 건 극복할 수 있는데, 마음도 지게 되면 다시 시작하기가 너무 어렵다. 농구 경기는 10분이면 끝나지만 마음이 죽어버리는 건 끝이 없다. 그래서 항상 마음을 다져야 한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졌다면 결과에 승복하고 더 노력해서 다음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고. 포기하는 법을 모르는 것을 두고 누군가는 꼰대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게 용납되지 않았다. 그런 태도가 이어졌는지 <18 어게인>를 찍을 때 특히 “할 수 있다”는 마인드가 되게 강했다. 난 와이프란 단어도 생소한 사람인데 외모는 18살, 영혼은 고등학생 자녀를 둔 아빠 연기를 해야 한다니. 하지만 할 수 있다면서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연기는 누구와 싸워서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고, 포기한다는 개념도 적용이 안 되니까 선수 생활을 할 때와는 또 다른 경험을 했겠다.

=맞다. 운동은 승부가 나는데 연기엔 승부가 나지 않고 답이 없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연기는 너무 최선을 다 해도 안 될 때가 있더라. 그래서 연기가 참 재밌다. <18 어게인> 하면서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이응복 감독님께 잠깐 뵙고 싶다고 전화를 드린 적이 있다. 원래 생떼를 쓰는 성격은 아닌데 이상하게 감독님에게는 하소연을 하고 싶었다. 연기가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니 감독님이 “그러니까 재밌는 거 아니겠어?” 라고 하시는 거다.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나는 분명히 연기가 재미있어서 시작한 건데 어렵다고 투덜대고 있었다니. 그러자 실타래가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 정말 감사한 말씀이었다.

-신인 배우로서 참 복이 많았다. 데뷔작은 신원호 감독의 <슬기로운 감빵생활>, 홍자매와 오충환 감독이 만든 <호텔 델루나>로 얼굴 도장을 찍은 후, 이응복 감독의 <스위트홈>에 합류했다. 출연한 작품마다 화제성도 높아서 젊은 층 중심으로 인지도도 빠르게 쌓지 않았나. 배우로서 너무 금방 성장해서 불안한 적은 없나.

=운이 너무 좋았다. 잠깐 쉬었다 가야 하는데, 계속 달리면 힘들고 한번 넘어져야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생기는데, 아직은 크게 넘어진 적이 없다. 그런데 불안하진 않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야구, 조정, 태권도, 농구…. 과거에 운동했던 배우에게 우연의 일치인지 몸을 써야 하는 역할이 많았다. 혹시 본격 액션 장르에 대한 욕심은 없나.

=관심이 아주 많다. 액션을 정말 잘하고 싶다. 대역 없이 현장에서 내가 모든 액션을 해내는 게 로망이다. 지금까지도 최대한 노력해보긴 했는데 정말 위험한 동작은 전문가 형들이 대신 해주셨다. 액션을 혼자서 전부 해내면 그 뒤에 이어지는 연기까지 한 호흡에 이어갈 수 있고, 연기에 맞는 진짜 호흡을 알게 되지 않을까.

-아직 영화를 찍은 적은 없는데 액션 장르물로 만나도 괜찮겠다.

=꼭 찍고 싶다. 사실 내년 목표가 영화 한편 이상 찍는 거다.

-예전 인터뷰를 보니 “올해는 주연을 맡는다”든지 구체적으로 목표를 세우는 타입이던데, <18 어게인>에서 주연을 맡으면서 그게 정말 현실이 됐고! 내년엔 정말 영화로 만나게 되는 거 아닐까?

=엄청 큼지막한 목표를 세우고 그걸 계속 말로 내뱉으라고 아빠가 알려주셨다. 그래야 이루어진다고. 영화를 찍고 싶다고 한 말도 <씨네21>에 나가게 된다면? 아빠가 이 기사를 꼭 보셔야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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