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원더 우먼 1984' 6가지 키워드로 살펴보는 위대한 히어로의 가치
2020-12-24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1984년

1차 세계대전과 유럽이 <원더우먼>의 시공간이었다면, <원더 우먼 1984>는 전편으로부터 66년이 지난 1984년의 미국이 무대다. 음악이면 음악, 패션이면 패션, 어느 것 하나 부족할 것 없이 강렬했던 1980년대 미국에 정착하기까지 다이애나 프린스/원더우먼(갤 가돗)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직접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지만 나지막한 독백에서 관객은 짐작할 수 있다.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떠나보내며 괴로워했듯이 늙지 않는 다이애나는 외롭고 쓸쓸한 시간을 보내왔다.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1980년대는 현재를 거론하지 않으면서 현재를 이야기하기 좋은 시대”라고 젠킨스 감독은 1984년으로 돌아간 이유를 설명했다. 감독은 미국과 구소련의 대립이 이어지던 냉전 시대를 서구 중심주의가 극에 달했던, 그리고 그 자만심만큼이나 위대한 업적을 이룬 시대로 기억했다. “아메리칸드림에 젖어 있었다. 우리는 위대한 일들을 해냈고, 사람들은 즐거움에 차 있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라고는 없었다.” 영화를 보면 사람들이 쓰레기통을 옆에 두고도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감독은 이런 짧은 순간마저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원했다. 아쉽게도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원더 우먼 1984>를 보며 비춰보아야 할 현재는 확연히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원더 우먼 1984>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이전에 아드레날린을 끌어올려줄 오락영화다.

최첨단 와이어 액션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원더 우먼 1984>의 오락성을 말하며 빼놓을 수 없는 건 액션, 그것도 최첨단 액션이다. 영화 속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고 슈퍼히어로 장르만큼 CG를 사랑하고 활용한 장르도 없겠지만, <원더 우먼 1984>의 최첨단 액션은 CG가 아니라 와이어 액션이다. 1980년대를 영화 속 시대로 정한 뒤 젠킨스 감독은 1980년대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1980년대에 만든 영화처럼 만들고 싶은 욕심을 가졌다.

“1980년대에만 존재했던 화려하고 거대한 영화들이 있다. CG가 발달하기 전이라 물리적으로 구현해야만 스크린에 담을 수 있는 장면들이 있었다. 해외 로케이션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이 있었고, 그 시대의 액션은 진짜였다.” 그래서 감독은 상대적으로 쉬운 CG가 아닌 비싸고 시간이 걸리는 와이어 액션을 선택했다. “할리우드가 CG에 심취한 동안 라이브 공연에서의 와이어 액션은 크게 발전했다. 그래서 운 좋게 우리가 최첨단 와이어 액션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 예고편에 나온 쇼핑몰 장면이 촬영에만 무려 한달이 걸렸다는 와이어 액션이다.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착지하는 원더우먼의 다리부터 보여주기에 어떤 액션일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감독에 따르면 그 장면은 여러 움직임이 편집으로 조합된 액션이 아닌 단 한번의 움직임으로 완성된 “싱글 액션”이라고 해 기대를 더한다.

여자들의 ‘다른 싸움’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원더 우먼 1984>의 액션이 기대되는 이유는 또 있다. 개봉이 가까워지면서 공개된 긴 예고편에서 살짝 보여준 치타(크리스틴 위그)와 원더우먼의 결투 장면 때문이다. 고양잇과 동물처럼 납작 엎드려 달려드는 치타의 목덜미를 잡아채 한 바퀴 돌려 던진 뒤 다시 마주 서는 원더우먼의 고급 기술은 유명한 공연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관람하는 듯한 짜릿함을 선사한다. 갤 가돗과 크리스틴 위그는 이 액션 장면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는데, 이 장면은 애크러배틱으로 유명한 <태양의 서커스> 단원들과 함께 구상한 안무가 바탕이 됐다. 갤 가돗과 젠킨스 감독은 영화의 촬영이 시작되기 전 아이들과 함께 <태양의 서커스> 공연을 관람했고, 거기서 영감을 얻어 <원더 우먼 1984> 속 여자들의 액션을 창작했다고 말했다.

“실생활에서 여성은 싸우지 않는다.” 치타와 원더우먼의 결투 장면이 치고 받고, 때리고, 부수는 전형적인 남자들의 액션과 완전히 다른 이유는 남자들의 싸움 장면에 공감하지 못했던 젠킨스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여자들의 싸움은 남자들의 싸움과 본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싸울 때 여자들의 움직임, 여자들의 의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결투에서 상대를 짓밟고 우위에 서는 것은 여자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효과적으로 빠르게 상대를 제거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목적이다.” 감독의 생각은 데미스키라 왕국의 아마조네스에서도 드러난다. 아마조네스는 경쟁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전략적으로 행동할 뿐 경쟁자를 죽이거나 쓰러뜨리지 않는다. <원더우먼>에서도 그들은 은밀하게 뒤에서 나타나 적을 무력화 시킨다.

위대함의 의미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거짓말에서 태어난 것들은 선하지 않으며 위대함이란 네 생각과 다르다.”(Nothing good is born from lies. And greatness is not what you think.) 원더우먼이 치타에게 안타까운 마음으로 건넸을 영화 속 대사에 대해 패티 젠킨스 감독에게 물었다. <원더 우먼 1984>가 말하는 위대함은 무엇인가? “원더우먼과 그에 대한 모든 것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원더우먼은 불멸의 존재가 아니다. 그럼에도 용감한 마음으로 정의롭게 살려고 노력한다. 옳은 일을 하기 위해 강해지려고 하고, 세상을 사랑하고, 친절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 되려고 최선을 다한다.” 젠킨스 감독은 이런 캐릭터의 영화를 만들면서 그 메시지에 진실하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원더우먼> 시리즈를 만드는 과정이 자신을 돌아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영화를 만드는 일은 믿을 수 없이 힘든 때가 많다. 하지만 어떻게 나의 실수에서 배우고 발전할 것인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더 나은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위대함이다.”

원더우먼의 새로운 코스튬, 골든 아머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레드와 블루, 골드로 만들어진 원더우먼의 오리지널 코스튬에 더해 <원더우먼 1984>는 새로운 코스튬인 골든 아머를 소개했다. 컬러풀한 포스터와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골든 아머는 오리지널 코스튬과 달리 전신을 감싸는 갑옷 스타일이다. 영화의 코스튬 디자이너 린디 헤밍은 “몇달 동안 테스트하고 또 테스트하는 기나긴 과정을 거쳐 탄생한 의상”이라고 설명했다. 한조각씩 떼어내면 100개는 족히 넘을 것처럼 보이는 정교한 디자인과 묵직한 금속 재질의 날개까지 더해져 움직이면 금속들의 충돌음이 들릴 것 같지만, 골든 아머는 딱딱한 껍질까지도 주름처럼 부드럽게 폈다 접는 아르마딜로로부터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다.

그래서 쩔그렁거리기보다는 원더우먼의 움직임에 맞춰 접히고 펼쳐진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치타와의 결전에서 등장하는 이 의상은 영화 초반부터 기획됐고 CG 후반작업이 더해졌지만 실제로 입고 움직이기 위한 실물 의상도 만들어졌다. 갤 가돗은 의상팀과 회의를 거쳐 시선을 사로잡는 코스튬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그대신 편안함은 포기해야 했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팬데믹 시대의 개봉 전략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2020년에만 수차례 개봉 일정이 바뀌어야 했던 <원더 우먼 1984>는 <007 노 타임 투 다이> <블랙 위도우> 등 기대작들이 2021년으로 또 한번 개봉을 미룰 때 극장 개봉과 스트리밍을 동시에 진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개봉 전략을 선택했다. 영화는 미국에서 12월 25일 극장에서 개봉하며 같은 날 스트리밍 서비스 HBO Max를 통해 동시에 공개되는데, HBO Max가 서비스되지 않는 북미 외 지역에서는 극장에서만 개봉할 예정이다.

<원더 우먼 1984>의 스트리밍 개봉은 디즈니+가 <뮬란>을 멤버십 회원에게도 유료로 서비스했던 것과 달리 멤버십 회원에게 무료로 한달 동안 공개되며, 한달 뒤부터 유료 서비스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뮬란> 개봉 당시 디즈니+ 앱의 다운로드가 68% 상승한 눈에 띄는 성과를 고려할 때, HBO Max는 <원더 우먼 1984>를 독점 서비스하는 전략을 통해 회원 수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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