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당장 탄핵하라” 할리우드 영화인들, 트럼프 지지자들의 폭력 사태에 일침
2021-01-07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미국 국회의사당을 습격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

미국 현대사에 길이 남을 끔찍한 하루였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지난 6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의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미 의회가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 당선인의 승리 확인 절차 진행을 하려던 때에 수천 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을 습격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선거 조작 의혹을 외쳤다. 이후 시위대는 국회의사당 내부까지 진입해 폭동을 일으켰다. 이에 의원들이 대피하고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확인 절차도 중단됐다.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 속에서 총격 사건까지 벌어졌다. 심지어 시위대를 막아야 하는 경찰 중 일부가 시위대와 함께 인증샷을 찍고, 바리케이드를 열어주는 등의 행동을 보여 비판도 받고 있다.

조 바이든 당선인은 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의 말은 격려가 되기도, 선동이 되기도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 시간 현재 우리 민주주의는 현대사에서 본 적 없는 전례적인 공격을 당하고 있다. 이는 법치주의에 대한 공격이다. 오랫동안 민주주의의 등불과 희망이었던 미국이 이런 어두운 순간에 직면한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고,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가 발생한 지 약 2시간 후 트위터를 통해 "시위대는 지금 귀가하라. 우리는 평화를 유지해야 하며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나는 여러분의 고통과 상처를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도둑맞은 선거가 있다"며 여전히 부정 선거 의혹을 주장했다. 이에 트위터 본사는 왜곡된 선동을 조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잠가버리기도 했다.

(위부터) 딜런 오브라이언, 마크 러팔로, 제임스 맨골드 감독 트위터

이번 사태에 여러 할리우드 영화인들도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로 잘 알려진 배우 딜런 오브라이언은 SNS를 통해 "트럼프를 당장 탄핵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미국의 희극배우 마이크 버비글리아도 "그를 탄핵하라!"고 외쳤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연출한 제임스 건 감독은 "트럼프는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맹렬히 비난했다.

배우 마크 러팔로는 "우리 측(트럼프 대통령 반대파)이었다고 상상해봐라. 우리 중 단 한 사람도 무장하지 않았지만 거리에는 우리의 피가 흐르고 있을 것이다"며 안일한 진압을 비판했으며, 배우 크리스 에반스는 "이번 시위대가 백인이 아니었다고 상상해봐라"며 지난 5월 발생했던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과 대조되는 이번 사태의 모순을 지적했다.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헤어 러브>로 단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던 매튜 A. 체리 감독 역시 "만약 우리가 시위를 일으켰다면 그들은 의사당에 폭탄을 투하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로건>, <포드 V 페라리>를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국회의사당에서 폭동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고 매우 슬펐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폭스 뉴스> 등을 소유한 호주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비판하며 "머독 일가는 인종 차별, 성 차별, 악의적 거짓말을 일삼았다. 동료 콘텐츠 제작자 여러분, 우리는 폭스 방송에 보이콧을 해야 합니다"라고도 덧붙였다.

미국 현대사에 길이 남을 이 끔찍하고 부끄러운 폭력 사태는 미 의회가 7일, 상하원 합동 회의를 열고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의 당선 사실을 최종 확정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각종 캐릭터 마스크를 쓴 채 무장한 시위대가 의사당을 점거하고 집기를 부수고 난동을 부린 모습은 영원히 기록으로 남게 됐다. 그동안 어떤 장르 영화도 상상하거나 다루지 못했던 충격적인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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