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나의 작은 동무' 여섯 살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
2021-01-12
글 : 김철홍 (평론가)

에스토니아가 소련에 합병되어 있던 1950년대. 수모를 겪은 여느 나라들이 그랬듯 여섯살 렐로(헬레나 마리아 라이즈너)의 가족도 마음 한구석에 조국의 국기를 품은 채 숨죽이며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렐로의 집에 검은 옷을 입은 어른들이 찾아와 엄마를 체포해간다. 죄목은 에스토니아의 독립을 지지했다는 것. 아빠 펠릭스(탐베트 투이스크)는 엄마를 수용소에서 꺼내올 능력이 없고, 그 또한 자신의 과거 전력 때문에 늘 감시를 받는 상태다. 엄마가 집을 비운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엄마가 곧 돌아올 거라는 아빠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렐로가 어렴풋이 알아챌 때쯤, 검은 옷의 어른은 아빠에게 아내와 이혼할 것을 요구한다. 이 장면을 몰래 지켜본 렐로는 아빠에게 이혼의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한다.

<나의 작은 동무>는 에스토니아 작가 렐로 툰갈의 자전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모니카 시메츠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어두운 어른들의 세계를 여섯살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아기자기한 에피소드가 주를 이루는 등 비극적 상황에 비해 영화의 서사가 극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화 말미 아무도 모르게 어느새 성숙해버린 렐로의 표정을 보며 반성하게 된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플래시 포워드 부문에서 상영되어 BNK부산은행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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