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 '제이티 르로이' 어느 베스트셀러 작가의 위험한 이중생활
2021-01-19
글 : 오진우 (평론가)

사바나(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오빠 제프(짐 스터게스)를 따라 샌프란시스코로 떠난다. 그곳에서 사바나는 로라(로라 던)를 만난다. 로라는 제프와 같이 밴드를 하며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필명은 ‘제이티 르로이’. 로라는 사바나를 본 순간부터 자신이 만든 캐릭터인 제이티와 닮았다고 느끼고, 사바나에게 제이티를 연기해줄 것을 제안한다. 사바나는 제이티를 연기하며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이들의 위험한 역할놀이에 감독 에바(다이앤 크루거)가 등장하면서 일은 더 복잡해진다.

<제이티 르로이>는 미국 문학계를 뒤흔든 희대의 스캔들인 ‘제이티 르로이’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영화는 ‘제이티’라는 가상 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글과 목소리로만 존재했던 제이티는 사바나를 통해 육체를 얻게 된다. 가발, 선글라스, 모자 등으로 사바나의 얼굴은 점차 사라진다. 그 자리에 제이티의 모습이 사바나의 삶을 덮어씌우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혼란스러운 사바나의 얼굴과 이를 질투하는 로라의 감정을 포착한다. 이러한 섬세한 지점을 표현하는 데 있어 배우들의 몫이 컸다. 하지만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영화의 연출력은 부족하다. 로라와 사바나의 사기극이 언제 들통날지가 영화의 중요한 대목이지만 긴장감은 떨어진다. 제43회 토론토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제9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에서도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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