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 '세자매' 세 여성의 사적인 치부에서 출발해 유년에 박힌 원가족의 트라우마로 서서히 잠수하는 작품
2021-01-26
글 : 김소미

가족으로 사는 일은 피할 데 없이 지독하고 고역스럽다. 그나마 서로 마음 나누기 좋은 자매들의 사정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세자매>는 뿔뿔이 흩어져 사는 전씨 집안의 세 자매가 제각기 삶에 고루해져버린 풍경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본다. 영화는 인물들의 나이테마냥 두꺼워진 일상의 외피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가족사 내부의 연약한 맨살을 쓰다듬는다.

오롯이 자기로서 살아본 적 없이 야비한 남편과 사춘기 딸에게 치여 사는 소극적인 첫째 희숙(김선영), 주어진 역할이라면 번듯이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교회 성가대 지휘자 미연(문소리), 연극판을 떠돌며 작가로서의 성공을 꿈꾸지만 현실은 알코올중독에 가까운 막내 미옥(장윤주). 세 사람은 타고난 성격과 재능, 현재에 처한 경제적 상황까지 판이하게 다르다. 병으로 시들어가는 희숙과 제멋대로인 미옥, 이들 사이에서 가족의 끈을 부단히 조율하려 애쓰는 미연은 아버지의 생신 잔치를 기다리면서 제 몫의 불행을 견딘다.

<세자매>는 세 여성의 사적인 치부에서 출발해 유년에 박힌 원가족의 트라우마로 서서히 잠수하는 영화다. 이승원 감독의 전작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에 비해 한결 유하고 서정적인 시선이 돋보이지만 특유의 화법은 여전하다. 설명하기보다 그저 어느 장면으로 진입해보길 권유하며 날 선 뉘앙스를 풍기고, 이는 종종 관객을 긴장시킨다. 기혼 자매들의 시스터후드에 완벽한 앙상블을 보여주는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세 배우 모두 지리멸렬한 삶에 정확히 동화되면서도 결코 무디게 다가오지 않는 자기만의 아우라를 새겨넣는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선보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20작품으로 배우 문소리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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