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예술영화관 ‘라이카시네마’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독 지하 1층에 개관… 개관 기획전 ‘라이프 라이브 라이크’ 진행
2021-01-28
글 : 남선우
사진 : 오계옥
작은 영화관의 비행
라이카시네마 상영관 입구.

코로나 19 여파로 극장 관객수가 역대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는 지금, 과연 새로운 영화관이 태어날 수 있을까? 우려와 의문을 뒤로하고 용감하게 또는 무모하게 문을 연 예술영화관이 있다. 1월 13일 서울 연희동에 개관한 라이카시네마다. 1957년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우주에 간 개 라이카를 기리며 그 이름을 따온 이곳은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독 지하 1층에 자리했다.

다행히 용기가 통했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관심과 응원이 모여 벌써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600여명을 돌파했고, 관객도 객석 거리두기를 지키며 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한재 라이카시네마 대표는 “오픈 첫날부터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을 보며 설렜다”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모든 이용객에게 개방된 루프톱 테라스.
지하 1층 영화관으로 연결되는 1층 로비.

라이카시네마의 시작은 1월 13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한 개관 기획전 ‘라이프 라이브 라이크’(Life Live Like)와 함께였다. 기획전의 테마는 비행(飛行)으로, 세개 섹션에 각각 이륙, 비행, 착륙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라이카시네마는 장애인석 1석을 포함해 총 39석의 좌석을 갖춘 단관 극장으로 7.1CH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시스템을 비롯해 퓨어 프로젝터와 펄 스크린을 갖췄다.

“과연 영화관을 오픈할 수 있을까 싶은 시기에 개관하게 되어 또 다른 의미의 비행(非行)을 시작한 것 같다”는 이한재 대표는 이륙 섹션에 오래 기억하고픈 명작들(<지옥의 묵시록 파이널컷> <화양연화> 등), 비행 섹션에 생동감 있는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음악영화들(<라라랜드> <레토> 등), 착륙 섹션에 따스한 분위기의 영화들(<패터슨> <윤희에게> 등)을 상영해 예술영화관의 문턱을 낮추고 싶었다고 전했다.

카페 스페이스독.
비행기 탑승권처럼 디자인한 라이카시네마 개관 기획전 팸플릿.

현재는 좌석간 거리두기로 19석만 운영하며 적은 수의 관객을 만나고 있지만 라이카시네마는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독과의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극장과 그 너머로 확장되는 체험이 가능하기를 꿈꾼다. 스페이스독의 여러 공간을 활용해 전시, 공연, 토크 행사, 팝업 스토어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관 기획전 팸플릿에 적힌 라이카시네마의 인사말처럼, 하루빨리 더 많은 관객과 더 가까이서 “우리의 소우주가 되어줄 라이카시네마와 도킹”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한재 라이카시네마 대표 - “연희동의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길”

-극장 운영이 쉽지 않은 시기에 라이카시네마를 개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영화관을 개관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완성된 스페이스독을 보게 되어 감동했다. 영화산업이 어려운 상황인데, 오픈 첫날부터 관객이 자리를 메워주어 감사할 따름이다.

-라이카시네마는 어떻게 시작했나.

=라이카시네마 극장주이자 스페이스독 건축주인 서기분 이화유니폼 대표님이 이 부지에 문화공간을 짓고 싶어 하셨다. 서 대표님이 사람들이 모여서 즐길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공간 기획을 맡겨주셨는데, 영화야말로 가장 복합적인 예술 콘텐츠이자 많은 사람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해 건물 지하에 라이카시네마를 만들게 되었다. 영화관을 토대로 층별 공간이 유기적으로 흐를 수 있었으면 한다.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콘텐츠 기획과 공간 운영 일을 동시에 해왔다. 영상 제작 회사에서 PD로 일하며 단편영화, 뮤직비디오, 웹 예능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왔고, 연희동에서 공유작업실을, 홍대에서 공연장을 잠시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다 SPDG라는 회사를 하면서 스페이스독을 기획·운영하게 된 거다. 지금은 21스튜디오라는 스토리 IP 개발사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카페 공간으로 이용되는 2층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스크린과 조명도 설치되어 있어 영화와 관련한 각종 행사 진행을 위해서도 쓰일 예정이다.

-좋아하는 극장이나 인상적인 극장 경험이 있다면.

=집에서 가까운 신촌 메가박스의 컴포트관을 정말 좋아한다. 블록버스터부터 다양성영화까지 폭넓게 틀어서 자주 이용했다. 2년 전 답사 겸 방문한 곳이자 ‘봉준호관’이 생겨 화제가 되기도 한 미국의 알라모 드래프트하우스도 기억에 남는다. 바, 레스토랑, 극장이 합쳐진 공간으로 특별전 컨셉에 맞게 인테리어를 바꾸고 프리쇼(pre-show)를 준비하는 등 엔터테인먼트적 장치들을 많이 마련해뒀더라. 영감을 많이 받았다.

-앞으로 라이카시네마의 계획은.

=연희동의 사랑방이 되고 싶다. 이 동네에는 인근 대학의 학생들이 많고, 낮 시간대에 문화생활을 즐기는 주부들도 많다. 문화예술업계 종사자들과 외국인 거주 비율도 굉장히 높다. 주민들의 활동 시간대에 따라 성격에 맞는 상영작을 배치하고, 한국영화에 외국어 자막을 입혀 트는 등의 노력을 해보겠다. 시국이 안정되면 라운지에서 관객과의 대화(GV)를 하고 루프톱에서 파티를 여는 등 영화와 연계된 이벤트들도 해보고 싶다. 이 공간의 장점을 잘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이제는 그럴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언젠가 오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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