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 '새해전야' 새해를 앞두고 느끼는 설렘과 두려움의 감정을 담은 영화
2021-02-02
글 : 박정원 (영화평론가)

영화의 시작은 크리스마스, 새해를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이다. 각자의 사정으로 어수선한 연말을 보내고 있는 네 커플, 9명의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강력반에서 좌천돼 신변보호 업무를 맡고 있는 형사 지호(김강우)는 이혼 4년차 싱글남이다. 일도, 연애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호는 이혼 소송 중인 재활 트레이너 효영(유인나)의 신변보호를 맡게 된다. 어설픈 지호와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효영의 서로에 대한 첫인상은 좋지 않았지만, 여러 사건을 겪으며 점차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남자친구에게 청천벽력 같은 이별 통보를 받은 스키장 비정규직 직원 진아(이연희)는 모든 걸 내려놓고 한국에서 가장 먼 나라 아르헨티나로 훌쩍 떠나버린다. 진아는 그곳에서 와인 배달원으로 일하는 재헌(유연석)을 만난다. 까칠한 듯하면서도 다정한 재헌은 진아에게 다방면으로 도움을 준다. 어느 날, 진아는 재헌으로부터 그의 남다른 과거사에 대해 전해 듣는다.

여행사 대표 용찬(이동휘)은 중국인 여자 친구 야오린(천두링)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용찬은 예비 신부 야오린을 무척 사랑하지만 그의 주머니 사정은 자꾸만 그를 작아지게 만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액의 사기까지 당한 용찬은 코앞으로 다가온 결혼식을 진행할 수 없을 것만 같아 눈앞이 깜깜해진다. 동생 커플의 결혼을 성심껏 준비 중인 용찬의 누나 용미(염혜란)는 여러 걱정으로 노심초사한다. 불굴의 의지로 패럴림픽 스노보드 국가대표가 된 래환(유태오)과 봄의 햇살 같은 원예사 오월(최수영)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연인 사이지만 그들에게 일어난 뜻하지 않은 일들로 인해 고민에 빠지게 된다.

영화 <새해전야>는 <키친>(2009), <결혼전야>(2013),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2016) 등 로맨스영화를 꾸준히 연출해온 홍지영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 영화는 특히 결혼을 앞둔 여러 커플을 조명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결혼전야>의 쌍둥이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네 커플, 9명의 인물들이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내며 겪는 여러 사건과 감정을 유쾌하고 따듯하게 그려낸다. 이혼 경험이 있는 어른의 연애 커플, 청춘의 혼란과 성장을 보여주는 커플,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며 깊어지는 글로벌 커플, 편견과 차별 속에서 힘이 되어주는 커플 등 영화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사랑과 우정, 연대와 믿음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보편적인 정서를 품고 있다.

여타 로맨스영화와 차별점을 두기 위한 <새해전야>의 선택은 ‘연말’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부각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부터 새해 전까지의 일주일 남짓한 기간이라는 시간적 배경 설정을 통해 한해를 떠나보내는 설렘과 두려움, 시원섭섭함을 새롭게 시작하거나 위기를 극복한 연인들의 모습으로 전하려는 것이다. 홍지영 감독은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연말에는) 새로 맞이하는 한해에 대한 설렘과 함께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그 시즌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밀도 있게 풀어나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영화 속 커플들의 상황은 시간적 배경과 별개로 전형적이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결과적으로 각각의 연애담을 새롭다 할 순 없지만 네 커플의 사연이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영화적 구성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9명의 인물들이 여행사와 경찰서 등에서 제각각 얽히는 과정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다. 주연배우들은 각자 맡은 역할을 통해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결혼전야>에 이어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배우 김강우는 영화에 안정감을 주고,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강렬한 연기로 주목받아온 배우 염혜란은 감초 같은 역할로 극에 활기를 더한다. 특히 언어가 통하지 않는 예비 올케 역의 배우 천두링과의 장면들이 흥미롭다. 중국어 대사를 소화해야 했던 배우 이동휘의 코미디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

CHECK POINT

아르헨티나

배우 유연석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 <새해전야>의 아르헨티나 로케이션 촬영을 언급하며 “새삼 그때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실감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시기이기에 영화 속 아르헨티나의 풍경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특히 진아와 재헌이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이구아수폭포, 노을과 야경을 배경으로 하는 도심 옥상이 돋보인다.

글로벌 커플

영화 <새해전야>의 제작진은 예비 신부 야오린 역에 딱 맞는 중국 배우를 선정하기 위해 6개월이라는 시간을 투자했고, 최종적으로 <좌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또하나의 이야기> 등에 출연한 93년생 배우 천두링이 캐스팅되었다. 천두링은 중국어 대사를 ‘노래하듯이’ 열심히 외운 상대 배우 이동휘와 좋은 호흡을 선보인다.

배우 유태오

영화 <레토>(2018)를 비롯해 드라마 <머니게임> <보건교사 안은영>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독일 교포 2세 배우 유태오가 영화 <새해전야>에서 패럴림픽 국가대표 래환 역을 맡았다. “기존에 찾아보기 어려운 패럴림픽 선수의 사랑 이야기에 끌렸다”고 밝힌 유태오는 연기를 위해 “트라우마와 심리 상태를 극복해서 멋진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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