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 '살아남은 사람들' 홀로코스트 이후,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2021-02-02
글 : 김철홍 (평론가)

1948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산부인과 병원에 한 소녀가 찾아온다. 의사 알도(카롤리 하이덕)는 손님으로 방문한 적 있는 클라라(아비겔 소크)를 알아보고 대화를 나누는데, 클라라는 어쩐지 알도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눈치다. 클라라에겐 아픔이 있다. 부모가 아직 수용소에 있다고 믿는 클라라는, 부모에게 편지로 알도와의 새로운 일상을 공유한다. 그렇게 알도는 부모가 필요한 청소년기 클라라의 아버지가 되어주는데, 둘의 관계를 의심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알도를 괴롭힌다. 그러던 와중 클라라는 알도에게도 자신과 같은 아픔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제목과 영화의 배경에서 드러나듯 홀로코스트 이후를 다룬 영화다. 사건의 한가운데에서 그 실상을 들여다보는 영화는 많지만, 이 영화처럼 모든 것들이 지나간 ‘그다음’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영화는 드물다. 그렇게 떠난 사람만큼 남겨진 사람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보는 영화. 헝가리의 주목받는 신인감독인 버르너바시 토트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로, 헝가리 작가이자 심리학자인 F. 바르코니 주자의 <남자들의 세계의 여자들을 위한 소설>을 영화화했다.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쇼트리스트 10편 중 한편에 선정됐으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에서 상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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