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감독의 신작 <더 문>(출연 설경구, 도경수)이 ‘네이티브 4K 렌더링 방식’으로 작업한다. 네이티브 4K 렌더링은 촬영도, VFX도 4K 해상도로 작업하고, 둘을 결합한 색보정(DI)도 4K 해상도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쉽게 설명하면 촬영부터 VFX, 색보정까지 제작 전체 공정을 4K로 통일해 관객에게 높은 해상도의 화질을 제공한다는 얘기다.
<인간수업> <스위트홈> 등 가정용 시청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은 이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극장 개봉을 목표로 하는 한국영화 중에서는 <더 문>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유일하다. 한국영화 대부분 4K나 6K로 촬영하더라도 VFX와 색보정은 2K로 마무리하는 방식이 아직은 보편적이다. 그건 높은 VFX 비용 때문이다. VFX 작업을 4K로 진행하면 2K에 비해 제작비가 10억원 이상 더 상승한다. 4K가 2K에 비해 화소 숫자가 4배 이상 많고, 특히 렌더링 시간이 몇 배 이상 더 걸린다. 작업 시간이 길어지고, 그로 인해 인건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 또한 ‘네이티브 4K 렌더링 방식’으로 제작되는 영화는 많지 않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제작하는 영화 상당수가 4K 영화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2K로 후반작업해 4K로 업스케일(확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네이티브 4K 렌더링 방식으로 제작된 할리우드 영화는 이안 감독의 <제미니 맨>(2019)이 대표적이다. 김용화 감독은 “네이티브 4K 렌더링 방식을 계속 테스트하고 있는데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며 “4K 해상도를 활용해 화면의 샤프니스를 최대한 살려보려고 한다. 빛이 쨍한 룩을 재대로 구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더 문>에서 사용할 카메라는 아리 알렉사 65(Arri Alexa 65)로 정해졌다. 한국영화 최초로 아이맥스 카메라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아리 알렉사 65의 CMOS(이미지 센서) 크기가 아이맥스 카메라 규격이라 아이맥스 카메라와 큰 차이가 없다. 한국영화에서 우주, 특히 달은 한번도 선보인 적 없는 미지의 공간인 만큼 김용화 감독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광활한 우주를 해상도 높은 카메라에 담겠다”는 각오다. “한국영화 기술로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를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김 감독의 말대로 이번에 시도되는 네이티브 4K 렌더링 작업은 최상의 화질로 영화 속 우주를 관객들에게 선보일 것 같다. 김용화 감독은 “시대가 변한만큼 시도나 도전도 따라가야 한다. 예산 여유가 많지 않지만 이러한 시도가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고무적”이라고 기대했다. <더 문>은 현재 프리프로덕션을 진행하고 있다. 김용화 감독의 <더 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씨네21> 1289호에 실린 김용화 감독 인터뷰 ‘무중력상태의 우주를 체험하는 듯한 스펙터클’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