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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꼰대희> ‘밥묵자’, ‘꼰니버스’의 미로에서
2021-02-16
글 : 최지은 (작가 <괜찮지 않습니다>)

상황극 진검승부란 이런 것이다. 코미디언 김대희의 유튜브 채널 <꼰대희>의 고정 코너 ‘밥묵자’는 100% 애드리브로 이루어진다. 김대희의 ‘부캐’(부 캐릭터)인 꼰대희와 초대 손님 한명이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며 두서없이 잡담을 나누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김대, 아니 꼰대희는 알았을까? 5만명도 안되던 구독자가 신봉선이 등장한 첫회 이후 두달 만에 40만을 바라보게 될 줄 말이다. 아마도 몰랐을 것이다.

‘꼰대희’의 재미는 예측 불가능성에서 나온다. 오래전 KBS <개그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 코너에서 신봉선과 부부로 등장했던 김대희는 이번에도 그를 ‘집 나간 지 1년 다 된 부인’으로 설정하고 잔소리를 퍼붓는다. 그러나 태연히 “딸입니더”라며 방향을 틀어 김대희의 말문을 막은 신봉선은 간신히 정신을 추슬러 “시집은 안 가냐”며 공격을 펼치는 아버지에게 말한다. “지 고등학생인데예~.” 꼰대희가 ‘신봉선’에게 전화를 걸자 화장실에 간다며 밖으로 나간 딸 봉숙은 다시 신봉선의 목소리로 앙칼지게 못 박는다. “내는, 당신이 안 보이니까네 세상이 아름답심니더!”

“제가 누굽니까?” 다른 초대 손님들 역시 밥상머리에 앉고 나서야 꼰대희로부터 설정을 부여받는데, 김민경과 강유미는 처제, 권재관은 깡패 출신 동생, 유민상은 사촌 동생이다. 가끔은 연상인지 연하인지 3남매인지 9남매인지 족보가 꼬여 ‘꼰니버스’의 미로를 헤매곤 하지만 공개 코미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들의 내공은 대본 없는 야생에서 더 빛을 발한다. 동료가 도박으로 사고 친 얘기, 돈 빌리고 빌려준 얘기, <개그콘서트>가 문 닫은 얘기 등 설정을 비집고 툭툭 튀어나오는 멘트는 코미디언들의 관계와 역사를 아는 만큼 더 재미있다. 물론 이들이 가장 즐거워 보일 때는 꼰대희 앞에서 ‘김대희’ 흉을 볼 때다. 남 얘기 듣는 척 웃으며 탈탈 털리고 후배들의 광기 어린 연기에 휘말려 고통받는 꼰대에게 신봉선의 일갈이 죽비처럼 내리친다. “애드리브가 생각 안 나면 꼬투리는 잡지 말고 편집점이나 줄 수 있게끔 넘어가이소!”

VIEWPOINT

유미 유니버스×꼰대 유니버스

유튜브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상황극으로 일가를 이룬 강유미는 ‘밥묵자’에 인기 캐릭터 ‘도믿걸’로 등장한다. 김대희가 자신을 막내 처제로 설정했음에도 조상님의 공덕을 파는 본연의 역할에는 흔들림이 없다. “지금은 잘되시고 있겠지만 큰 구설수가 한번 생기실 거예요. (구독자) 50만쯤 됐을 때 형부의 성공을 질투하는 사람들이 발목을 걸어 넘어뜨릴 거라 (조상님이) 말씀하고 계시네요.” 그러나 이처럼 프로페셔널한 ‘도믿걸’조차 숨기지 못한 것이 있으니, 제사 비용으로 고작 2만6천원을 내놓은 형부를 향한 경멸의 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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