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Music] 음악적 추상의 이해 - 삼승(三乘) 《상상도》
2021-02-18
글 : 최다은 (SBS 라디오 PD)

음악가 두명과 미술가 한명이 모였다. ‘소리와 그림이 서로 영향을 받아 태동한다면 어떤 꼴을 갖추게 될까.’ 점, 선, 면, 꼴, 각, 축, 상이라는 조형의 기본 요소들을 주제로 하되 이 단어들의 조형적 면모가 희석되어 사용되는 일상어 〈맞선〉 〈맹점〉 〈울상〉 〈황당한 면〉 〈못 볼 꼴〉 〈빈축〉 〈안 될 각>을 제목으로 삼고 작업에 착수했다. 음악가 중 한명은 피아노로, 다른 한명은 드럼으로, 미술가는 판화로. 멀리 떨어진 서로의 세계가 어떤 식으로 가까워지고 재탄생 할 수 있을지 실험해보기로 한 것이다.

대개 미술과 음악의 협업이 독자적 이미지에 영감을받아 음악을 만들거나 반대 방향으로 순차적인 진행을 해왔다면 이들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서로에게 엉키기를 택했다.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각자의 언어로 스케치한 뒤 단계마다 피드백을 거듭했고, 청각을 시각으로 시각을 청각으로 반영하며 작품의 몸집을 불렸다. 이런식으로 완성된 음반의 크레딧에는 ‘작곡/편곡 삼승’이라고 표기했다.

‘삼승’(三乘)은 작곡가 이민휘, 드러머 서경수, 판화가 최경주가 만든 팀 이름인 동시에 이 프로젝트의 작업 방향과 의미를 상징하기도 한다. 단순히 더해가는 과정이 아닌, 상대의 도구로 나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만들어낸 곱하기의 작업. 이 독특한 태생의 결과물은 감상자에게도 이전에 없던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장르적으로는 컨템포러리 재즈와 현대음악 어느 범주에도 쉽사리 끼워넣기 힘들지만 그 낯선 감각이 불편하기보다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쪽에 가깝다. 박자의 단위가 자주 바뀌고 불협화가 강한 화성을 써도 수평적으로는 패턴화된 리듬을 엮어가는 순간이 여럿이라 어렵지 않게 들린다. 테크닉이 화려해 연주 자체를 듣는 즐거움도 크다. 이 모든 게 추상성이 강해도 그저 나를 맡겨놓고 감상해보길 권하는 이유다. 높아서 두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올라탔을 때 더욱 짜릿한 파도가 있지 않나. 삼승의 인스타그램 계정(@cubed_2020)에서 최경주의 판화 작업을 함께 본다면 즐거움이 배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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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휘 《빌린 입》

이민휘는 한명의 뮤지션에게서 얼마나 다른 음악들이 나올 수 있는지 상상 이상의 놀라움을 선사해왔다. 데뷔작 ‘무키무키만만수’의 《2012》와 최신작 ‘삼승’의 《상상도》 사이의 간극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2016년에 발표한 이 솔로앨범이야말로 깊고 스산한 정서를 간직한 독보적인 색깔의 음반이다. 2017년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음반상을 수상했다.

만동(Mandong) 《먼저 출발해야지》

드러머 서경수가 기타리스트 함석영과 함께 만든 그룹 ‘만동’의 음반으로 총 8곡의 연주곡이 담겨있다. 보다 거칠고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함께 팀으로 활동했었던 색소포니스트 김오키와 베이시스트 정수민이 참여했으며, 앨범의 아트워크를 최경주가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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