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무렵 클럽하우스에 가입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등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는 음성 기반 소셜 미디어로 화제가 된 클럽하우스는 국내에 론칭하자마자 큰 화제를 모았다. <씨네21>에서도 발 빠르게 가입한 몇몇 기자들이 “이건 한번 써봐야 한다”라며 참여를 권했지만, 각종 SNS와 뉴미디어 플랫폼을 모니터링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요즘, 주목해야 할 플랫폼이 하나 더 늘어났다는 생각에 피로감이 앞선 것도 사실이다.
클럽하우스에 처음으로 접속한 날, 주제가 없는 방에 들어갔다. 영화기자, 영화 홍보마케팅 담당자, 포스터 디자이너, 배우가 우연히 같은 시간에 같은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했다는 이유만으로 즉흥적인 대화를 나누고, 누군가는 그 대화를 청취하는 풍경이 생경하면서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각본 없는 만남과 ‘라이브’의 특성을 가진 매체의 결합이 만들어내는 살얼음판 같은 순간도 종종 경험했지만, 예기치 못한 이들과 연결되는 의외의 즐거움과 타인과의 물리적 거리감을 단숨에 좁히는 목소리의 힘을 장점으로 삼는 음성 기반 SNS의 출현은 향후 이곳에서 일어나게 될 다양한 연결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와 관련된 담론들이 이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펼쳐지게 될지 궁금한데, 아니나 다를까, 연휴가 끝나고 메일함을 열어보니 클럽하우스를 통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는 영화도 생겼다.
돌이켜보면, 강제적으로 타인과 거리를 둔 채 살아야 했던 지난 1년은 인류 역사상 서로에게 어떻게 닿을 수 있을지 가장 치열하게 고민했을 시기가 아닐까 싶다. 지극히 당연했던 타인과의 물리적 교류가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어버린 팬데믹 시대의 거리두기는 역설적으로 우리 모두가 물리적인 방법을 거치지 않고 더욱 손쉽게 마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음을 자각하게 했다. 코로나19 이후 영화잡지를 만들면서도 그런 깨달음을 얻게 되는 순간이 종종 있었는데, 이번 호에 특집 기사로 소개하는 <미나리>의 배우 겸 제작자 스티븐 연과 배우 유아인의 대화, 이주영 배우와 이와이 슌지 감독이 주고받은 <라스트 레터>에 관한 서신 기획을 준비하며 다시 한번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나리>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한국 영화인으로 <버닝>에서 호흡을 맞췄던 유아인을 지목한 스티븐 연은 영화 <미나리>의 제작 과정부터 유아인의 최근 출연작 <소리도 없이>에 이르기까지, 배우라는 직업을 넘어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감각에 대해서까지 유아인과 물리적 거리감을 훌쩍 뛰어넘는 내밀한 이야기를 나눴다.
<씨네21>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와이 슌지 감독의 열렬한 팬임을 고백한 배우 이주영은 드라마 <타임즈>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이와이 슌지 감독의 신작 <라스트 레터>에 관한 애정 어린 편지를 썼고, 이와이 슌지 감독은 이주영 배우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 주연작 <야구소녀>에 대한 사려 깊은 서신을 답장으로 보내왔다. 뜻이 있고 마음이 통한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 때로는 짐작보다 더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모두 그런 믿음으로 새로운 계절을 시작하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