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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여고추리반', 소녀 탐정의 꿈이 이루어진다
2021-03-02
글 : 최지은 (작가 <이런 얘기 하지 말까?>)

<보건교사 안은영>의 안은영이 봤다면 “이 학교에는 아무래도 뭔가가 있어”라며 깔때기 칼을 꺼내 들었을 게 분명하다. 입시 명문이지만 수상하기 짝이 없는 기운을 품은 이곳 새라여자고등학교에는 충격적인 과거, 급식실의 울음소리, 의문의 죽음, 그리고 안은영 대신 이 사건을 해결할 추리반이 있다. 티빙 오리지널 <여고추리반>은 tvN <더 지니어스> <대탈출> 등을 연출한 정종연 PD가 그동안 공포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기묘한 분위기의 공간으로 종종 등장했던 ‘여고’ 이미지를 활용해 만든 미스터리 어드벤처 예능이다. 박지윤, 장도연, 재재, 비비, 예나는 이 세계관의 전학생들이자 방과 후 활동으로 학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추리반을 선택한 별종들이다.

셜록 홈스 시리즈에 나오는 ‘춤추는 인형’ 암호를 혼자 연구해본 사람, 소년 탐정 김전일보다 먼저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어!”라고 외치고 싶었던 사람, 탐정 자격증 따는 방법을 진지하게 알아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다. 동아리방 문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것부터 동급생 사망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일, 위험한 알약을 손에 넣는 것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다 같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99학번부터 99년생까지, 그리고 방송계에서도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이 ‘친구 먹고’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 나가는 과정은 회를 거듭할수록 흥미진진하다. 냉철한 판단력으로 추리반을 이끄는 박지윤, 장신과 만담을 담당하는 장도연, 잡학다식하고 암기력이 뛰어난 재재, 자타 공인 주먹 담당이지만 은근히 번뜩이는 두뇌의 소유자 비비, 겁은 많아도 절대 친구들을 두고 도망치지 않는 예나 등 다양한 캐릭터의 여성들이 주어진 상황에 몰입하고 반응하는 방식 또한 다채로워 보는 재미가 있다. 첫 시즌이 중반으로 접어들며 자잘한 사건을 해결하고 점점 거대한 흑막을 향해 다가가는 새라여고 추리반은 이 한마디만으로 한때 소녀 탐정을 꿈꿨던 사람을 설레게 한다. “저희가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할 것 같아요!”

VIEWPOINT

짬에서 나오는 브리핑

JTBC 예능 프로 <크라임 씬>에서 대활약을 펼치며 ‘추리의 왕’으로 불렸던 박지윤은 <여고추리반>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추리력뿐 아니라 상황을 간명하게 정리해 제삼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 또한 그의 재능이다. 6화에서 시험 도중 발생한 커닝 사건의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 장도연과 함께 교실 CCTV를 분석한 박지윤은 교사들 앞에서 사건의 진상에 대해 브리핑한다. 범행이 이루어진 과정을 설명하고 증거물을 차례로 제시하며 적절하게 긴박감을 고조시키는 그의 테크닉에 집중하다 보면 6분이 훌쩍 지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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