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는 게이 클럽 최고의 댄스걸이다. 현란한 손동작으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그는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다. 그는 클럽 밖에서 신민호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성전환 수술로 여성이 되었으나 법원으로부터 성별 정정 허가를 받지 못한 그는 더이상 병역 판정 검사를 미룰 수 없어 검사장으로 향한다.
신민호라는 사회적 자아를 가진 신미의 검사장에서의 하루를 다룬 <신의 딸은 춤을 춘다>(2020)는 트랜스젠더 여성이 군대에 가게 되었을 때 어떤 일을 겪게 될 것인지 짐작하게 하는 단편영화다. 검사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주인공이 리얼타임으로 대면하게 되는 온갖 편견과 차별, 폭력의 순간들은 보는 이의 숨통마저 조인다. 가장 안타까웠던 대목은 게이 클럽에서 신미에게 호감을 표했던 남자와의 조우다. “진짜 팬”이라던 그는 “저런 사람 역겹다”라며 검사장을 찾은 신미에게 유독 모질게 군다. 그러나 신미는 개인에게 실망하기보다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누군가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묵인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을 탓하는 쪽을 택한다. “무대에선 멋있게 보여도 밖에선 내가 불편한가봐요. 오빠나 나나 잘못된 거 아니잖아요. 전 그냥 내모습 그대로 살고 싶어요.”
미쟝센단편영화제 희극지왕 최우수작품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영화는 자신을 병역 기피자로 치부하는 이들에 대한 신미의 통쾌한 복수로 마무리된다. 현실에서도 그렇게 일상의 차별에 맞서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함께 살아갑시다. 살아내지 않고 그냥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중략)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은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드러낸 그 자체로 두분(성전환 수술 후 군대에서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전하사와 숙명여대 법학과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여성 A)은 저의 희망입니다. 여러 사람이 연대하고 있으니 꼭 살려는 모습으로 삶을 만들어 보여주세요”(트랜스젠더 인권 활동가 김기홍)라고 상처받은 동지들에게 편지를 띄우는 이가 있었다. 또 “우리 모두 서로 힘내도록 합니다. 죽지 맙시다. 물론 저조차도 어려운 말이라는 걸 알지만, 죽기에는 우리 둘 다 어리잖아요?”(변희수 전 하사)라며 좌절된 꿈에 용기를 북돋아주는 이도 있었다.
오롯이 자신으로 세상과 마주하기 위해, 그렇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용감하게 목소리를 낸 김기홍 활동가와 변희수 전 하사가 일주일 간격으로 연달아 세상을 스스로 등졌다. 누군가가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가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무겁다는 점을 왜 목소리가 완전히 멈추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될까 싶어 자책하는 이들의 애도 너머로 남들과 다른 이들을 거부할 권리를 말하는 서울 시장 후보의 목소리, 침묵하는 이들의 적막함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3월의 첫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