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골든글로브의 화두 역시 다양성이었다. 코로나19 시대 온라인 시상식의 관문을 무사 통과한 78회 골든글로브는 오프닝부터 남달랐다. 공동 사회자인 배우 티나 페이가 뉴욕에서, 에이미 풀러가 로즈앤젤레스에서 생중계로 만담을 벌였고, 스타들은 각자의 집에서 두 배우가 마치 한 무대에 서 있는 것 같은 분할 화면을 지켜봤다. 2021 골든글로브의 하이라이트는 <노매드랜드>와 <미나리>였다. 우선 중국 출신 감독 클로이 자오는 감독상, 작품상을 모두 거머쥐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아시아인 여성감독으로서는 최초의 감독상 수상이자, 여성감독으로서도 1984년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옌틀>) 이후 두 번째다.
한편 플랜B가 제작한 미국영화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분류해 논란을 일으켰던 골든글로브는, 결과적으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한번 눈총에 시달렸다. 딸과 함께 거실에서 가상 트로피를 받아든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는 자신들의 언어로 말하려는 법을 배우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그것은 어떤 영어나 외국어보다 깊은 마음의 언어다”라고 우아한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해 <페어웰>에 이어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연달아 수상하는 기록도 낳았다.
한편 87인의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 멤버 중 흑인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강력한 비판에 처했던 올해 골든글로브는 남녀주연상을 모두 흑인 배우에게 안겼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채드윅 보즈먼이 <마 레이니스 블랙 보텀>으로 남우주연상을, 안드라 데이가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 빌리 홀리데이>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공로상인 세실 B. 드밀상은 제인 폰다에게 돌아갔다. 비록 <맹크>는 외면받았지만 <퀸스 갬빗> <더 크라운> 시즌4 등 넷플릭스 작품들이 다수 수상하고, 애플TV+, 훌루, 디즈니+ 작품들도 호명되면서 스트리밍 플랫폼의 강세도 두드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