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 '멀리가지마라' 아버지의 유산상속을 위해 모인 한 가족의 민낯을 그린 블랙코미디
2021-03-09
글 : 오진우 (평론가)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한자리에 모인 정씨 일가. 이들이 모인 진짜 이유는 아버지의 20억원 유산상속 때문이다. 하지만 4형제에게 할당된 몫은 조금 달랐다. 첫째인 헌구(손진환)만 9억원을 받고 나머지 형제는 3억원씩 받게 되었다. 이로 인해 집 안은 불만을 성토하는 자리로 돌변한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리고 시끄럽던 방 안은 조용해진다. 전화는 유괴범으로부터 걸려온 것이다. 그는 둘째 헌철(손병호)의 아이를 살리고 싶으면 20억원을 준비하라고 협박한다. 가족을 살리느냐, 유산을 지키느냐. 가족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한다.

<멀리가지마라>는 아버지의 유산상속을 위해 모인 한 가족의 민낯을 그린 블랙코미디영화다. 영화는 연극적 요소를 차용하여 신선함을 주려 노력한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점은 유산상속을 위해 가족들이 모인 검은색 공간이다. 연극 무대와도 같은 이 어두운 공간에서 영화는 조명을 활용해 관객이 인물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출한다. 또한 이를 롱테이크 숏으로 담아내며 영화는 연극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연출이 영화를 자칫 지루하게 만든다. 적절하게 컷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둘째 정헌철 역의 손병호를 비롯한 연기자들의 대사와 감정이 공간에 흐르지 못한 채 정체되며 아쉬움을 남긴다. <멀리가지마라>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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