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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 언쟁의 스펙터클, 임성한 스타일로
2021-03-09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금요일 토요일은 트위터 ‘트친’들과 SBS <펜트하우스2> 본방을 달리고 일요일은 넷플릭스에 올라온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을 본다. 김순옥 작가의 센 불에 빠르게 들볶이다가 ‘Phoebe(임성한)’ 작가의 약불에 서서히 조려지는 것이 요즘 주말 밤의 의례다. 돼지고기를 기름에 튀긴 다음 향신 간장에 조리면 동파육이 되는데, 이렇게 뜬금없이 음식 이야기에 몰두하는 것이 임성한 스타일이다.

두 드라마를 보면 유독 귀에 꽂히는 대사가 있다. <펜트하우스>의 단골 대사, “지금 뭐 하자는 거야?”는 곤란한 상황을 돌파하는 다급한 계략을 비웃으며, 때로 상대가 뭘 할지 알지 못해 불안한 심경으로 한회에도 여러 번 반복된다. 김순옥 작가 특유의 속도감은 단순히 빠른 사건 전개로 설명하기 부족하다. 그의 전략은 시청자의 이성의 속도를 추월하는 데 있다. 실현 가능성을 따질 틈 없이, 해 버리고 인과를 만드는 김순옥 월드를 지켜보는 내 입에서도 가장 많이 반복되는 말이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는 “내 입장 돼 봐”라는 대사가 잦다. 물론, 모든 처지를 두루 살피는 관용과는 거리가 멀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7회는 65분 중, 25분을 거실에서 아버지의 외도를 추궁하는 자녀들과 자기변호를 하는 아버지의 대화에 할애한다. 예전 내가 일하던 잡지 ‘드라마틱’ 박현정 편집장이 임성한 작가를 ‘언쟁물의 대가’라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내 입장이 되어보라는 말은 언쟁의 부스터이며, 저 대사로 인해 노래방 서비스 5분이 추가되듯 언쟁 타임 5분이 보태진다.

말이 길어지면 얼토당토않은 논리로 자신을 옹호하다 도리어 체면을 구기는 지경에 처하는데, 임성한의 언쟁은 바로 거기까지 간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가 거북한 이유 중 하나가, 등장인물 각각의 편견이 날것으로 전시된다는 점이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고사 ‘이이제이’처럼 편견은 언쟁 속에서 다른 편견을 만나 제압되기도 한다. 기묘한 장면과 대화를 견뎌야 하지만, 아무튼 흥미로운 세계다.

VIEWPOINT

13일의 토요일

지난 세기말에 유행하던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 예언 해석 중에 행성이 일렬로 모이는 ‘그랜드크로스’로 이변이 일어난다는 설이 있었다. 세칭 ‘막장 드라마의 거장’, ‘막장 트로이카’로 꼽히는 임성한, 김순옥 작가에 이어 문영남 작가가 KBS <오케이 광자매>로 3월 13일 토요일에 합류한다. 이날은 오후 8시 문영남, 오후 9시 임성한, 오후 10시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가 차례로 방영될 예정이다. 이전에 없던 대사건, 막장 그랜드크로스의 날. 달력에 별표를 치고 혹시 모를 이변을 기다린다. 치킨과 맥주를 곁들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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