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객석을 연 인도 극장가가 예전의 모습을 찾으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가운데 허용된 객석을 다 채우지 못하고 문을 연 극장도 있고, 지역에 따라 문을 열지 못한 극장도 있다. 극장가가 다시 활기를 찾으려면 코로나19의 종식뿐 아니라 영화 팬들의 마음에 다시금 불을 지필 영화가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한편 연초 온라인 개봉작 중 흥미로운 영화 두편이 눈에 띈다. <인생은 트리방가처럼>과 <화이트 타이거>가 그 주인공이다. 먼저 <인생은 트리방가처럼>은 카졸 주연의 ‘여성 삼대’ 이야기다. 소설가인 어머니 나얀, 전통 춤 무용수로 홀로 딸을 키운 주인공 아누, 보수적 사회로부터 몸부림친 선대와 달리 보수적인 집안에 시집간 손녀 마샤. 이렇게 세 여성이 영화를 이끈다. 말년에 이르러 자서전을 집필하던 나얀이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지자 이를 계기로 아누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돌아본다. 여기에 둘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마샤 이야기가 더해져 영화는 ‘인도판 <삼대>’가 된다. 인도에선 다소 파격적인 장면과 대사도 눈에 띄지만 좀 거칠어도 따뜻한 드라마다. 딸에게 보낸 한통의 서툰 편지 같은 이 영화는 어머니가 자식에게 자서전의 남은 부분을 채우게 하며 화해의 손을 내민다.
영화에서 흥미로운 건 각각의 인물을 춤동작에 비유한 데 있다.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아누는 ‘아방가’라 말한다. “살짝 비뚤어져 있어. 모든 천재들은 조금 비뚤어진 데가 있으니까.” 자신의 딸 마샤는 ‘사마방가’라 말한다. “완전한 균형을 이루고 있지.” 그러면 아누 자신은? ‘트리방가’란다. “괴상하고 삐딱하고 정신나갔지만 섹시한 트리방가.” 방가란 인도 동북부 전통 춤 오디시 춤동작의 자세를 말한다. 원래 지역어의 작은 영화로 만들려던 것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됐다.
<화이트 타이거>의 분위기는 <인생은 트리방가처럼>과는 사뭇 다르다. 영화는 성공한 사업가가 국빈 방문 예정인 중국 후진타오 전 주석에게 이메일을 쓰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그의 성공 과정을 돌아본다. 시골에서 릭샤 기사의 아들로 태어난 발람은 집은 가난하지만 영민한 소년이다. 그러나 인도엔 두 모습의 인도가 있다. 바로 빛의 인도와 어둠의 인도. 가족은 지주에게 착취당하고 아버지는 대가족에 대한 의무로 시달린다. 소년 또한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아버지는 결핵으로 병들어 죽고 소년은 학업을 포기하는데, 그때부터 가난에서 벗어나겠다는 일념을 다진다. 한 세대에 단 한번 나타난다는, 정글에서 가장 희귀한 짐승인 백호가 되고자 다짐한 것이다.
기회를 노리던 그는 어렵사리 지주 막내아들의 운전기사가 돼 델리로 상경한다. 하지만 그는 하인이다. 주인에게 충실했지만 멸시당하고 해고 위기에 놓이자 마침내 그의 두눈은 한 마리 백호처럼 날카롭게 번득인다. 발람은 인도에서 신분을 극복하는 방법은 범죄 아니면 정치라고 말한다. 요즘 인도영화는 좀처럼 웃고 떠들며 춤추지만은 않는다.
두 영화는 지난 일을 회상하며 사회 이면의 문제를 이야기에 녹여낸다는 점에서 비교해볼 만하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한국의 인도영화 팬들도 당장 이 두 작품을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