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인 사고로 남편과 아들을 잃은 이디(로빈 라이트)는 심리 상담을 받는 것조차 고통스럽다. 그녀가 빨리 회복되길 바라는 여동생 엠마(킴 디킨스)를 뒤로한 채 이디는 자신과 연결된 모든 것을 끊기로 결심한다. 최소한의 장비만 구입한 그녀는 미국 북서부 쇼숀 국유림의 외딴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기고 광활하고 거친 자연에 자신을 맡긴다. 하지만 첫날밤부터 순조롭지 못하다. 그녀는 늑대의 울음소리에 공포에 떨며 잠을 설친다. 채소밭은 짐승들에 의해 파헤쳐지고 먹이를 찾아 나선 곰이 집 안에 들어와 난장판으로 만든다.
산속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갈 무렵 혹독한 겨울이 찾아오고 추위와 배고픔의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눈보라가 치는 어느 날, 식량을 구하지 못하고 돌아온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다. 이때 간호사(사라 던 플레지)와 함께 온 사냥꾼 미겔(데미안 비치르)이 그녀를 발견한다.
<랜드>는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2013~18)에서 클레어 언더우드 역을 맡았던 배우 로빈 라이트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배우 출신 감독답게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한 여성의 고통과 슬픔, 그리고 극복 과정을 감독이 직접 연기했다. 감독은 이디의 트라우마를 클로즈업과 아름다운 풍경을 통해 보여주면서 균형감을 유지한다. 여기에 이디의 과거를 보여주는 플래시백이 한몫한다. 영화는 이디와 미겔의 대화를 극도로 자제하고 대자연의 풍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미니멀하게 보여준다. 또한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어 세상을 떠나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던 이디가 자연과 관계를 맺는 것에 오롯이 집중한다. 다만 감독의 절제된 연출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결말에서 두 인물의 대화를 통해 과거가 밝혀지는 설정은 아쉽다. 2021년 선댄스영화제 상영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