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 '아이카' 모스크바로 이주한 한 여성의 고된 삶을 밀착해 담아낸 영화
2021-03-23
글 : 오진우 (평론가)

키르기스스탄에서 러시아 모스크바로 이주해온 20대 여성 아이카(사말 예슬라모바). 그녀는 재봉 가게를 차려 멋진 삶을 살아보려 하지만 그 꿈의 발목을 잡은 것은 돈이었다. 아이카는 빚을 갚기 위해 쉴 틈 없이 일해야만 했다. 심지어 그녀는 출산 직후 병원에 아이를 두고 도망치기까지 한다. 도망쳐서 온 곳은 바로 닭 공장. 하지만 일당도 못 받은 채 다시 폭설이 내리는 거리를 헤맨다. 그러다 하혈이 심해져 화장실을 찾는 도중에 한 동물병원에 들른 아이카. 그녀의 삶은 잠시라도 멈출 수 있을까?

<아이카>는 모스크바로 이주한 한 여성의 고된 삶을 밀착해 담아낸 영화다.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촬영이다. 카메라는 핸드헬드로 시종일관 그녀의 삶을 바로 옆에서 포착한다. 이로 인해 영화는 그녀를 관망하는 데서 머물지 않고 체험하게끔 관객을 유도한다. 출산, 끊임없는 노동, 내리는 눈 등 아이카를 짓누르는 여러 가지 조건들은 관객에게 피로감을 선사한다. 이때의 피로감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이는 영화가 끝에서 던지는 질문과 결부된 감각이다.

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한 배우 사말 예슬라모바는 이 작품으로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이카>는 <툴판>으로 제61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받으며 데뷔한 세르게이 드보르체보이 감독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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