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인터뷰] '최면' 김도훈 - 심리를 몸으로 표현하는 방법
2021-03-25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최면>에서 김도훈이 연기한 병준은 몸이 먼저 나가는 행동파다. 전직 권투 선수 출신인 그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최면에 걸린 뒤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걸 보고 도현(이다윗)과 함께 사건을 파헤치는 인물이다. 영화 <게이트>(2017)로 데뷔한 뒤 웹드라마 <나의 개같은 연애>, 드라마 <절대그이> <의사요한>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고 있는 신인배우 김도훈은 영화에서 심리적으로 예민해지는 병준의 변화를 세심하게 보여준다. 김도훈은 “캐릭터를 집요하게 고민하고, 성실하게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말했다.

-오디션을 봤나.

=감독님이 골라준 신에서 병준뿐만 아니라 여러 캐릭터 분량을 읽었다. 그중에서 거친 이미지인 병준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

-병준은 전직 권투 선수라 그런지 다부진 체구가 눈에 들어오더라.

=운동을 그만두고 오래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혼자서 도태되는 것 같아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과제였다. 혼자 화를 삭이고, 그로 인해 더욱 예민해지는 인물이라 최면에 걸린 뒤 이상한 현상을 겪으면서 변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주려고 했다.

-말처럼 쉽지 않았을 텐데.

=아직은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 신인이다보니 여러모로 도전이었다. 평소 호러 장르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 호러영화를 잘 보지 못하는 성격이라 호러 장르를 찍으면 공포심을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막상 기회가 오니 대본을 계속 보는 것도, 장면을 상상할 때마다 무서웠다. 대본을 보는 게 가장 힘들었다. (웃음)

-최재훈 감독이 특별히 추천해준 레퍼런스가 있나.

=가장 먼저 보라고 권한 영화는 아리 애스터 감독의 <미드소마>(2019). <미드소마>는 귀신이 나오지 않는 이야기인데도 긴장감이 넘쳤다. 감독님이 <최면>을 공포보다는 스릴러 장르로 생각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최면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그로 인해 여러 증상이 드러나는 과정을 그리는 이야기라고 설명해주셨다.

-섀도복싱하는 장면도 나오던데 촬영 들어가기 전에 몸도 따로 만들었나.

=감독님이 병준이 상의를 탈의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신이 있었다. 권투 선수 출신인 만큼 몸을 준비해야겠다 싶어 살을 뺐다. 이야기의 후반부로 갈수록 병준이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살을 단계별로 빼가면서 촬영했다.

-악몽을 꾼다거나 최면으로 생긴 이상 현상을 보며 두려워하거나 놀라는 장르 연기가 쉽진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현장에서 감독님과 상의하는 시간이 정말 많았다. 점차적으로 심리가 변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현장에서 감독님이 ‘감정을 몇 프로로 보여줘야 한다’는 식으로 주문하곤 했다. 처음에는 그 정도를 감잡기 힘들었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익숙해졌다. 최면을 한번도 경험한 적 없지만 관객이 최면을 생생하게 느끼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했다.

-개인적인 질문을 하자면, 어떤 계기로 연기를 시작했나.

=부모님의 바람은 내가 과학고로 진학하는 것이었지만,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그때 1년 정도 연습생 생활을 한 결과, 내가 소심한 성격인 줄만 알았는데 춤도 추고, 노래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깨닫곤 예고에 진학했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는 걸 좋아해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다.

-영화 <게이트>에서 천재 해커를 맡아 연기 데뷔했는데.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안됐을 때 오디션을 처음 보고 출연한 작품이다. 그 영화에서 연기한 원호는 디지털로 잠긴 금고와 CCTV를 해킹하는 해커였다.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합류해 임창정, 이경영 등 여러 선배님의 도움 덕분에 가까스로 작업할 수 있었다.

-웹드라마 <나의 개같은 연애>에선 로맨스 연기도 보여주었다.

=웹드라마 특성상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일주일 동안 촬영하느라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또래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회였다.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자연스럽게 알아갔던 작업이다.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13살 어린 동생이 있다. 시간 날 때는 동생과 그림을 그리거나 게임을 하며 논다. 그외에 특별한 취미는 없다.

-다음 작품은 뭔가.

=5월 방영되는 MBC 단막극 <목표가 생겼다>를 한창 촬영 중이다. 주인공 여성이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에게 복수하는 이야기인데, 여성에게 힘과 위로가 되는 치킨집 ‘알바생’ 윤호를 맡았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매일 생각이 달라진다. 영화든 드라마든 치열하게 고민하고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최근 좋아하게 된 배우는 리버 피닉스다. 지인의 추천으로 그가 출연한 작품들을 차례로 보았는데 카메라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매력적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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