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 '비밀의 정원' 성폭행 사건 이후 피해자의 삶과 치유의 과정에 집중한 작품
2021-04-06
글 : 조현나

이사를 앞둔 정원(한우연)과 상우(전석호) 부부는 조금씩 짐을 정리하며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정원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10년 전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가 확인됐다는 경찰의 말에 정원은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린다. 마음이 편치 않은 와중에 정원은 상우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전하면 좋을지 고민한다. 연락을 받지 않는 정원에게 경찰이 찾아오면서 상우 역시 과거의 사건에 관해 알게 된다. 상우는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도하지만 정원은 원치 않는다고 답하고, 이어지는 침묵 속에 두 사람은 전에 없던 갈등을 빚는다.

<비밀의 정원>은 성폭행 사건 이후 피해자의 삶과 치유의 과정에 집중한 작품이다. 극중 정원이 어머니, 여동생과 쌓인 오해를 풀고 마침내 자신의 과거와 오롯이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 점이 인상적이다. <비밀의 정원>은 편집감독으로 활동했던 박선주 감독의 데뷔작으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아시아단편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미열>을 장편화했다.

당시 주연을 맡은 한우연, 전석호 배우가 그대로 출연해 상우와 정원의 복잡한 심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또한 부모처럼 두 사람을 따뜻하게 보듬는 유재명, 염혜란 배우의 연기도 눈에 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 국제장편경쟁 관객특별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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