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제2차 세계대전, 먹구름이 드리운 어느 밤 연합군 비행장교 개릿(클로이 머레츠)이 폭격기에 탑승한다. 개릿은 기밀 물품 운송 임무차 동승 명령을 받았다고 밝히는데 기내 탑승원들은 개릿이 여군임을 조롱하며 기체 하부 볼 터렛(기총 사격 공간)에 밀어넣는다. 우여곡절의 이륙 끝에 항공기는 정상 궤도에 진입하지만 곧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기체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설상가상으로 적군 정찰기마저 나타나는데 기내 탑승원들은 외려 개릿의 보고를 의심한다.
활발하게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배우 클로이 머레츠가 호러, 액션, 재난 영화 연기를 동시에 선보인다. 실제로 <섀도우 클라우드>는 전반부에 심리를 옥죄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다가 미드포인트를 지나면서 액션물로 변모하더니 마지막엔 항공 재난 영화로 탈바꿈한다. 영화 초반 개릿은 협소한 공간에 갇혀 온갖 여성 혐오적 발언을 듣는다. 이런 상황 속 괴수의 등장은 차별과 배타의 폭력이 사회 울타리 안팎에 만연함을 꼬집는다.
영화의 시사점과 별개로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다. 전후반부 연결이 유기적이지 않을뿐더러 각 부분의 만듦새에 아쉬움이 남는다. 모든 인과를 대사로 나열하지만 개연성 수립에 실패해 이야기의 설득력과 몰입감이 떨어진다. 후반부에 시도한 공중전과 맨몸 격투의 쾌감도 밋밋한 편이다. 제45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매드니스 부문 관객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