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미국의 흑표당과 그를 이끈 프레드 햄튼의 삶을 조명한 작품
2021-04-21
글 : 임수연

그동안 흑표당(1965년 결성된 미국의 급진적인 흑인운동단체)과 그를 이끈 프레드 햄튼의 삶은 오인됐다. 미국 정부는 그들의 치부를 덮기 위해, 흑인 운동가 커뮤니티에서는 주도자들이 목숨을 잃은 아픈 역사이기에 정작 그 중심에 무엇이 있는지 직시하지 못하고 주변부만을 맴돌았다. 마틴 루터 킹, 맬컴 엑스의 삶은 대중문화에서도 여러 차례 소환된 바 있지만 흑표당을 이끈 20살의 대학생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희생자이자 각성의 불씨를 피운 존재 정도로 기억되는 경향이 강했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그가 암살당하기 이전 시점으로 돌아가 영웅으로서 프레드 햄튼(대니얼 컬루야)을 조명한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가 당시 FBI의 제안으로 흑표당에 잠입했던 윌리엄 오닐(러키스 스탠필드)을 투과해 당시 행동가들을 그려낸다는 점이다. 그는 햄튼과 흑표당이 던지는 메시지에 매료되어 진심으로 충성하고 당내 고위직까지 오르지만, 여전히 FBI의 정보원으로서 역할을 다한다. 처음엔 외부인이었던 윌리엄의 눈은 관객 역시 자연스레 프레드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드는 효과적인 장치가 되고, 그의 나약하고 모순적인 면면을 설득력 있게 그리면서 그 역시 시대의 희생자였다는 점을 납득시킨다.

기록 영상과 허구의 영화를 겹치게 함으로써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가 역사의 인상적인 소환에 방점을 찍은 작품임을 확고히 하는 가운데, 마지막 인터뷰 장면이 등장할 때 관객은 한두 가지 형용사로 정리되지 않는 복잡한 감상을 갖게 될 것이다. 흑표당 일리노이주 지부장이었던 햄튼이 흑인 사회에 남긴 메시지와 그의 죽음에 대한 분노는 궁극적으로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인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발판을 다졌다. 제작팀 전원이 흑인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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