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이후 굳게 닫혀 있는 프랑스의 영화관들. 그사이 개봉을 기다리는 국내외 장편영화는 4월 중순 420편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개봉 일주일 만에 급하게 스크린을 떠나야 했던 작품들의 재개봉까지 고려한다면 재개관 시기에 예상되는 체증은 상당히 심각하다. 일부 관계자들은 5월 중순부터 단계적으로 영업을 개시할 수 있을 거라 조심스레 예상하지만, 사실 이 또한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잠깐 다른 얘기로 넘어가보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판세가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 서비스와 텔레비전으로 기울고 있다는 건 두말할 필요 없는 ‘팩트’일 거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까다로운 프랑스 구독자뿐 아니라 영화계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유혹하고 있다. 2020년 4월에는 프랑스 영화 제작·배급·판매계의 빅3 중 하나인 MK2가 보유하고 있는 트뤼포, 고다르, 샤브롤, 채플린 등의 고전 작품 50여편의 상영 계약을 체결했고, 2021년 1월에는 7시간이 넘는 아벨 강스 감독의 <나폴레옹>(1927)의 전체 복원을, 3월 말에는 올해 안에 20여편의 ‘Made in France’ 프로덕션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디렉터 프레데릭 보노는 “영화계는 이제 넷플릭스가 프랑스 영화산업 생태계의 일부가 되었다는 걸 이해했고, 넷플릭스는 맹금류가 되기보단 파트너가 되는 것이 낫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늑대는 털이 빠지더라도 천성을 잃지 않는다”라며 회의적 입장을 고수하는 이들도 많다.
4월 초, 프랑스 국립영화센터(이하 CNC)는 배급사들이 VOD, OTT 서비스와 TV에,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고 작품을 바로 판매하더라도 작품 제작을 위해 CNC에서 받은 지원금과 세액 공제금을 환수하지 않겠다는 획기적인 예외 규정을 발표했다.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고안해낸 정책이라지만, 영화 작품의 배급과 유통 과정을 규제하는 법안인 ‘미디어 크로놀로지’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어 프랑스영화 생태계를 파괴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과연 이 꽉 막힌 상황의 출구는 무엇이며, 최후 승자는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