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 '미스' 성 소수자가 미인대회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진보적인 상상에서 이야기를 꾸린 작품
2021-05-12
글 : 김태호 (객원기자)

우리는 삶의 모든 면에 질문을 던진다. 질문하고 답을 고민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자아가 빚어진다. 성 정체성 확립을 유보한 이들이 자신들의 명칭을 질문한다는 의미인 퀘스처닝으로 고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퀘스처닝은 남들보다 천천히 답을 찾는 중인데 <미스>의 주인공 알렉스(알렉상드르 웨테르)도 이 부류에 속한다.

남자로 태어난 알렉스는 우연한 계기로 어린 시절 꿈이었던 미스 프랑스 우승에 도전한다. 남다른 지원자 특성에 걸맞게 준비과정도 유별나다. 하숙집 식구의 도움으로 위조 신분증을 만들고 드랙 친구에게서 매혹적인 여성상을 터득하는 식. 우여곡절 끝에 광역주 대표로 선출된 알렉스는 전국 단위 경쟁에 나서며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세계 각지 미인대회를 유색인종이 석권하는 지금, 영화는 성 소수자가 미인대회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진보적인 상상에서 이야기를 꾸린다. 주인공의 성 정체성 고민을 시작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과 미인대회 존립 등을 둘러싼 날카로운 문답이 관객의 의표를 찌른다. 첨예한 설전으로 이야기가 자칫 차갑고 무거워질 기미가 보이면 이내 발랄한 연출과 유머가 투입되어 금세 분위기 전환을 꾀한다. 이렇듯 영화는 앞선 질문에 직접 답안을 제시하는 대신 관객에게 그 몫을 돌린다. 주인공처럼 스스로 탐문하고 가치와 정체성에 대한 저마다의 답을 찾으라는 영화의 배려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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