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본태박물관에 전시된 <무한거울방-영혼의 반짝임, 2008> <호박> 등으로 국내 관객에게 잘 알려진 구사마 야요이. 세계 각지에서 전시를 열고 그의 작품을 모으는 컬렉터가 존재하는 등 오랜 시간 유명세와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아티스트다.
다큐멘터리 <쿠사마 야요이: 무한의 세계>는 구사마 야요이가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때부터 현재까지 그의 일대기를 다룬다. 동양인 여성 아티스트인 그가 백인 남성 위주의 미술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잘 알려지지 않은 시기의 사건들도 함께 조명한다.
영화는 구사마 야요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10살 무렵에서 출발한다. 영화는 유년 시절의 경험이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주목한다. 가령 그의 시그니처인 수많은 점은 어린 시절부터 반복적으로 그려온 요소이며, 빠르고 맹렬한 작업 방식은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했던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비롯됐다는 사실 등을 말이다.
미국으로 이주한 뒤에는 편견과 차별, 긴 무명 생활이 그의 심리에 끼친 영향과 작품에 어떻게 드러났는지 살핀다. 동료 아티스트들과 큐레이터들은 당시의 상황을 다각도로 전한다. 영화의 만듦새는 다소 거칠지만 구사마 야요이의 습작부터 최근 작업까지 확인할 수 있어 눈이 즐겁다. 구사마 야요이에 관해 잘 모르는 관객도 편하게 관람할 수 있을 만큼 친절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