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드라마 '마인', 정이서
2021-05-27
글 : 김소미
사진 : 오계옥

배우 김서형, 이보영의 조합으로 일찍이 화제를 모은 드라마 <마인>엔 시선을 잡아끄는 배우가 한명 더 있다. 화려한 장미의 전쟁 사이에서 자기만의 푸릇함과 청초함을 각인시키고 있는 신예 정이서다. 재벌가 집안에 입성한 가난한 다둥이 집안의 장녀인 유연(정이서)은 착실한 메이드로 성장하면서 재벌 그룹의 장손 수혁(차학연)과의 사랑도 쟁취해나가는 인물. 김기영 감독의 클래식에서 학습한 대로 언젠가 부잣집의 조용한 게임체인저로 활약하리라 기대되는 신세대 하녀의 등장이다.

또래 배우들 사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고전적이고 서늘한 생김새 덕분에 정이서의 무표정은 범접할 수 없는 기묘한 기운을 종종 뿜어낸다. 그 남다름을 일찍이 알아본 봉준호 감독의 안목에 힘입어 <기생충>에서 피자 사장 역할로 시동을 걸었던 정이서는 이제 <마인>에서 자기만의 리듬과 속도로 뻗어나간다.

신세대 메이드 감독님이 <마인>의 김유연은 가난한 집안의 딸이지만 전형적인 캔디 같은 인물이 아니라 요즘 세대의 젊은 여성답게 당당하고 거리낌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기죽어 있거나 마냥 불쌍해 보이지 않게 자기 감정과 가치관을 지닌 사람으로 표현하려 했다.

나의 여자 선배들 김서형, 이보영, 박원숙 선배님 등과 함께한다는 점이 정말 떨렸다. 작품 준비할 때 혼자서 그분들의 사진을 미리 찾아보면서 당당하게 눈을 맞춰보는 식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웃음) 김서형 선배님과 처음 촬영할 때가 기억나는데, 선배님만의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조금 무서운 분이면 어쩌지 하고 걱정한 것과 달리 먼저 다가와 말도 걸어주시고 긴장을 풀어주셨다.

운명의 이름 본명은 정동화. ‘이서’라는 이름을 혼자 생각해봤는데, 철학관에서 제안한 5개의 새로운 이름 중에 정말로 이서가 있었다. 깜짝 놀라서 곧바로 운명이구나, 직감하고 이름을 바꿨다. 이후에 <기생충>에도 출연하고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

피자 사장 필름메이커스에 열심히 프로필을 올리던 시절에 정지소 배우가 연기한 박 사장 딸 역할로 <기생충> 오디션을 봤다. 그러다 몇달 지나 전화가 한통 왔다. 원래는 50대까지 열어두고 생각했던 피자 사장 역을 내게 주기로 했다는 거다. 봉준호 감독님 영화에 형사 같지 않은 형사, 범인 같지 않은 범인이 등장하곤 하지 않나. 어딘가 저마다 이상한 인물들의 집합체인 봉 감독님 영화답게 어린 피자 사장 캐릭터를 만들어서 기택네 가족에게 훈계하는 모습을 더 불편하게 만들고 싶으셨던 건 아닐까 싶다.

김종관의 열성팬 배우로 데뷔하기 전부터 감독님의 열혈팬이어서 한번은 서촌에서 열린 감독님 사진전에 찾아갔었다. 당차게 나를 소개하고 사인을 받았는데 나중에 감독님이 그걸 기억해주셨다. 언젠가 <최악의 하루> 같은 영화에 출연해보고 싶다.

<각설탕> 3살부터 12살까지 미국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왔다. 처음 돌아왔을 땐 한국말을 못하는 상태여서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외톨이였던 초등학생 때 혼자서 처음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갔는데 그 작품이 <각설탕>이었다. 한참을 울고 이런 게 연기고 영화라면 나도 배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미술과 영어 10대 때 내내 부모님의 권유로 미술을 공부하다가 성인이 되어서 혼자 연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영어는 어릴 때의 감각을 유지하려고 평소에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언젠가 할리우드에 갈 수 있다면 어떨까!

사강과 헤밍웨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슬픔이여 안녕>을 읽고 프랑수아즈 사강에 빠졌고, 이 사람을 더 알고 싶어 전기를 탐독했다. 그다음엔 <파리는 날마다 축제>를 읽으며 헤밍웨이를 알아가는 시간이 즐거웠다. 최근엔 샤넬 여사에 대한 888쪽짜리 전기를 읽기 시작했다. 사람을 공부해나가는 과정에서 내게는 없는 성숙한 지혜를 배운다.

내면의 불 겉으로는 차분해 보이지만 악바리 근성도 있고 내 안에 들끓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화차>에서 김민희 배우가 보여준 화, 광기, 날카로운 에너지 등을 연기해보고 싶다.

최초 감염자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좀비 최초 감염자인 현주를 연기했다. 액션을 열심히 훈련한 만큼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Filmography

영화 2020 <조제> 2020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2020 <7월7일> 2019 <기생충> 2017 <수성못>

드라마 2021 <마인> 2020 <구미호뎐> 2019 <드라마 스페셜-굿바이 비원> 2019 <고양이 바텐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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