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스페셜] '크루엘라' 제니 비반 의상감독 코멘터리
2021-05-27
글 : 안현진 (LA 통신원)
크루엘라의 컬러? 블랙과 화이트에 언제나 레드!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크루엘라>는 내 커리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영화다. 엠마 스톤을 위한 코스튬만 47벌 만들었다. 하지만 내 커리어에서 가장 거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도전이었다. 그 이후 많은 기회가 열렸다.

사람들도 빅토리아 시대물을 주로 맡았던 내가 디스토피아 영화의 의상을 만든다고 하니 놀라워했다. 하지만 <크루엘라>는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시대를 다룬다. 19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은 준비하는 데 많은 영감을 주었다. 내가 경험한 시기라서 당시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었고 유행했던 디자인이 시대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아 탄생했는지 기억하고 있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크루엘라>를 준비하면서 1970년대 잡지를 많이 봤다. 요즘은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다. <보그> 같은 패션지는 남작 부인(엠마 톰슨)의 하이패션을 위해 참고했다. 에스텔라/크루엘라는 당시 독립적으로 활동했던 비비안 웨스트우드나 존 갈리아노 스타일을 많이 참고했다. 그 시절에 포르토벨로 빈티지 마켓에서 조각 천을 사서 여기저기 이어붙였던 기억이 났다. 1950년대의 모든 것이 정갈하고 스트레이트했던 것과 달리 1970년대는 자유분방한 시기였다. 1970년대는 ‘자유를 표현하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진 시기였다. 크루엘라의 스타일은 그 느낌을 살리고자 했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크루엘라>는 패션, 의상에 대한 영화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소녀 에스텔라가 훨훨 날아갈 준비가 된 패션 디자이너 크루엘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준비된 의상과 재료를 가지고 로스앤젤레스의 엠마 스톤 집에 가서 창고에 스튜디오를 차렸다. 피팅 때 더하면 재밌을 것 같은 소품, 재료를 가져간 슈트케이스만 10개였다. 크루엘라 컬렉션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랜덤했다.

첫 피팅을 마치고 나서야 크루엘라 의상의 방향성을 정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첫 피팅이 중요했다. 피팅은 엠마 스톤의 부엌에서 했다. 빈티지 패브릭이나 소품을 많이 준비했는데 실제로 의상에 사용하기보다는 영감을 얻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레드 드레스를 피팅했을 때다. 레드 드레스를 입어본 뒤에야 영화에 쓰일 옷과 아닌 옷을 가려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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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과 화이트에 더해 언제나 레드가 크루엘라의 컬러라고 생각했다. 베벌리힐스의 숍에서 싸구려 레드 드레스를 샀다. 어떤 느낌인지 보기 위해서였는데 색깔이 정말 마음에 들었고 엠마 스톤에게 잘 어울렸다. 이 드레스는 크루엘라가 빈티지 숍에서 남작 부인의 드레스를 발견하고 새롭게 만드는 드레스다. 남작 부인이 여는 흑백 파티에서 돋보여야 하기 때문에 드레스의 컬러는 레드일 수밖에 없었다.

눈에 띄게, 화려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 이후로 정말 많은 작업이 필요했다. 드레스 무게가 무거워지지 않도록 아주 얇은 오간자(패브릭의 종류)를 구해 꽃잎 모양으로 잘라 하나하나 손으로 드레스에 달았다. 너무 많은 양이라 손으로 하는 거 말곤 방법이 없었다. 수작업은 셰퍼턴 스튜디오의 거대한 워크룸에서 했는데, 심할 때는 드레스를 중심으로 오간자 조각을 든 직원들이 에워싸고 있을 정도였다. 멋지게 출렁일 수 있게 풍성해야 했고, 드레스를 입은 엠마 스톤이 차 위에 올라설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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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작 부인의 스타일은 발렌시아가, 디올 같은 하이패션 디자이너를 많이 참고했다. 엠마 톰슨은 하이패션을 정말 사랑한다. 입는 사람이 옷을 사랑하고 즐기면 그 사실이 코스튬 전체에 새로운 기운을 드러낸다. 옷 속에 가만히 서 있는 게 아니고 그 옷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 남작 부인 의상을 만들 때는 패브릭을 많이 봤다. 직접 패브릭을 골랐는데 남작 부인과 어울릴 것 같은 패브릭이면 다 골랐다. 남작 부인이 입는 코스튬은 어느 정도 조형성이 있어서 패브릭 자체가 빳빳해야 했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디자이너인 남작 부인이 여는 파티에는 컨셉이 있는데 그중 ‘남작 부인의 18세기 무도회’가 있었다. 영화에서 1970년대가 아니라 1960년대에 일어나는 이벤트다. 그때는 크루엘라가 아직 어린 소녀였을 때니까. 그러니까 1960년대에 열리는 18세기 테마의 패션쇼다. 파티에 참석하는 게스트를 위한 의상을 모두 만들었다. 옷은 18세기 스타일로 입되 1960년대 유행했던 헤어, 액세서리, 메이크업을 했다. 그리고 그 모든 옷을 남작 부인이 만들었기 때문에 남작 부인의 조형성을 더해야 했다. 1960년대 스타일도, 18세기 스타일도 오랜만에 봤는데 신선하고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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