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까치발' 8살이 되도록 까치발을 하고 걷는 딸
2021-06-02
글 : 김소미

미숙아로 태어나 8살이 되도록 까치발을 하고 걷는 딸. 까치발이 뇌성마비의 징후일 수도 있다는 말에 엄마 권우정은 극심한 불안에 잠긴다. 내면으로 잠입하기보다는 비슷한 처지의 타인들 속으로 뛰어들기로 택한 이 작품에서 권우정 감독은 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들을 만나 그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한편, 그 속에서 비추어낸 자기 모습까지 카메라에 솔직하게 담아냈다. 점점 자라나는 딸은 까치발을 다그치는 엄마와 충돌하고 다큐멘터리 제작에 관해 남편과 견해 차이가 벌어지는 등 매일의 일상과 일터가 중첩된 풍경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자전적 다큐멘터리다.

<까치발>을 움직이는 힘은 경계 지대 위에 서 있는 사람의 절박함인 동시에 그것을 쉽게 흘려보내지 않으려는 감독의 집요한 탐구력이다. 미숙아와 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느끼는 강요된 죄의식에서 시작해 자아가 하나로 엉겨붙은 듯 지독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모녀 관계의 희로애락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우주에서 벌어지는 온갖 괴로움이 맨살에 닿는다.

때로는 갈급하고 때로는 뭉근하게 이어지는 소통과 교류에의 믿음은 권우정 감독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골몰하는 자신의 모습을 성찰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까지 마련해낸다. 권우정 감독이 약 10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2019년 전주국제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에서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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