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화이트 온 화이트' 사진가 페드로의 눈으로 담아낸 비극
2021-06-09
글 : 오진우 (평론가)

사진가 페드로(알프레도 카스트로)는 칠레의 최남단 티에라델푸에고에 도착한다. 그가 온 이유는 이 섬마을의 지주인 포터의 결혼식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하지만 포터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어린 신부 사라만 있다. 페드로는 사라의 독사진을 찍으면서 그녀에게 매혹된다. 그는 포터의 하녀인 아우로라(롤라 루비오)에게 포터 몰래 사라를 데려와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페드로는 사라를 모델로 자신만의 예술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이 일 때문에 페드로는 죽음의 순간을 맞이한다.

<화이트 온 화이트>는 20세기 초에 벌어진 원주민 학살이란 비극적인 역사를 사진가 페드로의 눈으로 담아낸 영화다. 영화 제목은 설원이 펼쳐진 티에라델푸에고 섬에 백인 이주민들이 침략하여 원주민을 학살하고 그 자리 위에 정착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페드로의 카메라다. 영화 초반 정사각형의 카메라 프레임 안에 잡힌 섬마을은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참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페드로는 섬에서 탈출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고, 섬 자체는 그를 가두는 프레임이 된다. 자유롭게 예술혼을 담아냈던 카메라 프레임도 페드로를 점차 옥죄어오기 시작한다. <화이트 온 화이트>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으로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감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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