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와 마녀>의 개봉을 앞두고 <지브리의 천재들>을 읽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설립자인 스즈키 도시오가 쓴 이 책은 지난 3월 국내 출간된 바 있다. 책의 부제는 ‘전 세계 1억 명의 마니아를 탄생시킨 스튜디오 지브리의 성공 비결’이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이 책의 원류가 된 <땀투성이의 지브리사>라는 제목에 더 마음이 가게 된다.
특히 지브리 신화의 출발점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제작 과정의 일화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다. 당시에도 미야자키 하야오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는 애니메이션 감독이었지만 완벽주의자인 그를 감당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톱 크래프트라는 회사의 스탭들과 작업을 하게 되었으나, “아침 9시부터 새벽 3~4시까지 책상 앞에 앉아, 가져온 도시락을 젓가락으로 이등분해서 아침과 저녁에 절반씩 먹”고 그 이외에는 오직 일만 하는 감독과 함께 작업하는 데 지친 톱 크래프트의 스탭들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마치고 일제히 사표를 내는 바람에 미야자키는 고독해진다. 그가 “더는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서 감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대목에 이르면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은 아티스트가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감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지브리의 천재들> 이외에도 영화 제작 과정의 뒤편을 조명한 책들이 요즘 부쩍 눈에 띈다. 한권, 두권씩 모으다 보니 어느덧 이번호 특집 기사가 되었다. 각본집부터 인터뷰를 엮은 책, 전기문, 사진집, 비평집까지 영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명한 서적이 공백기 없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는 점은, 이번호 인터뷰 지면에서 최은영 평창국제평화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전하듯 “영화와 영화인에 대한 이야기가 물화되어서 내 손에 들어왔을 때의 느낌”을 소중히 여기는 독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는 것만큼이나 영화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소유할 것인지도 한 사람의 관객에 있어서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다양한 필자들이 각자의 애정을 담아 추천한 영화 서적에 관한 글들을 읽으며 여름의 습기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보내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