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가끔 스크린 속의 에너지가 전신을 흔드는 영화를 만나게 된다. 오랜만에 그 느낌을 안겨준 작품이 바로 뮤지컬영화 <인 더 하이츠>다. 출연자 대부분이 신인이나 시어터 출신 배우들로 구성된 이 작품은 뉴욕 맨해튼의 워싱턴하이츠를 무대로 삼아 여기에 라틴음악과 에너지가 충만한 퍼포먼스를 더해 보는 사람들을 들썩이게 만든다.
팬데믹으로 1년 이상 개봉이 연기됐던 <인 더 하이츠>가 마침내 지난 6월 9일 트라이베카페스티벌 개막작으로 뉴욕시 5개 보로(맨해튼, 퀸스, 브루클린, 브롱크스, 스테이튼 아일랜드)에서 모두 상영됐다. 개막작으로 이례적이긴 하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야외극장에서 소개됐다. 6월 11일부터는 미국 전역의 극장과 스트리밍 플랫폼 HBO Max를 통해 동시에 공개됐다.
이제는 뮤지컬 <해밀턴>으로 더 유명해진 린마누엘 미란다가 작사와 작곡을 담당하고, 퀴아라 알레그리아 휴즈가 극본을 담당한 <인 더 하이츠>는 미란다를 뉴욕 시어터계의 떠오르는 샛별로 올려놓은 작품이다. 2005년 코네티컷주에서 시어터 뮤지컬로 첫선을 보인 후, 2008년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으로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상과 최고 오리지널 작곡상을 수상해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바로 이 작품이 뮤지컬영화로 관객을 찾게 된 것이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으로 유명한 존 추 감독이 연출을 맡아, 브로드웨이 공연의 작품성에 영상미와 뉴욕에 대한 사랑이 더해졌다. 존 추 감독 역시 이민 가정 출신이기 때문에 원작 뮤지컬이 추구했던 이민 가정의 애환을 잘 이해한 것은 물론, 영화 <스텝업> 시리즈와 <젬 앤 더 홀로그램>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음악과 댄스에 대한 그의 감각을 완성시킨 영화로도 볼 수 있다. 또한 뉴요커가 뉴욕을 그린 이 작품은 관광객은 잘 알지 못하는 워싱턴하이츠라는 작은 동네를 중요한 캐릭터로 그렸으며, 촬영 당시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촬영했다고 한다.
<인 더 하이츠>를 처음으로 소개한 트라이베카페스티벌은 올해부터 영화제(film festival)에서 영화(film)라는 단어를 뺀 페스티벌로 명칭을 바꾸었다. 본래 영화 상영 외에도 콘서트나 패널 토크 등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해온 이 페스티벌에선 12일간 영화는 물론 TV시리즈, 팟캐스트, 게임, 콘서트 등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