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이 극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찬스다.”(하하필름스 이하영 대표) 백신 1차 접종 1300만명 달성에 성공하며 일상 회복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시기,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연이어 여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침체됐던 극장가 분위기 반전에 도전하고 있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크루엘라> 등 외화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7월 7일 개봉하는 <블랙 위도우>가 숨통을 트여준다면, 그 뒤에 이어지는 라인업이 추석까지 화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나홍진 감독이 제작하고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하는 한국‧태국 합작 영화 <랑종>은 7월 14일 개봉을 잠정적으로 논의 중이다. 7월 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기자들에게 영화가 처음 공개된 후 7월 8일부터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돼 관객을 먼저 만난다. 조수빈 쇼박스 홍보팀장은 “시기적으로는 약간 더울 때 공포 장르 영화가 개봉하는 게 잘 어울린다. 공포영화를 즐겨보는 관객 파이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극장 상황이 어려울 땐 엣지있는 작품을 관객이 찾는다는 계산도 있었다. 아무래도 장르적인 영화가 상대적으로 관객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인 듯하다”며 유튜브 등지에서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랑종>이 무더위 속 개봉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싱크홀>은 8월 중을 포함해 개봉 일정을 내부 논의 중이다. “여름에 잘 어울릴 만한 재난물”이자 “다양한 관객층을 소화할 수 있는 소재와 스토리”(조수빈 팀장)를 갖춘 대작이다.
<블랙 위도우>와 <랑종>에 거는 기대는 1년 중 가장 성수기에 해당하는 7월 말 개봉을 결정한 <모가디슈>와 <방법: 재차의>로 이어진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7월 28일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를 개봉한다. 류진아 롯데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은 “최근 관객 성향을 보면 완성도 있는 영화에 대한 갈망이 있다. 외화가 많이 개봉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중장년층까지 넓은 타깃층으로 갈 수 있는 건 한국영화다. 전체 연령대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을 다시 선사하고 싶다”며 성수기 대목 개봉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같은 날 CJ ENM은 <방법: 재차의>를 개봉한다. 전성곤 CJ ENM 영화사업본부 홍보팀장은 “7월부터 거리두기 단계가 조정되고 백신 접종률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서 7월 성수기에 한국영화를 개봉할 만하다고 보고 있다. <방법: 재차의>는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로 <모가디슈> <싱크홀>과는 다른 장르물이기 때문에 7~8월 극장을 찾는 관객 분들은 취향대로 영화를 골라서 감상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를 전했다. NEW는 8월 중순경 황정민 주연의 <인질> 개봉을 검토하며 극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김민지 NEW 커뮤니케이션본부 차장은 “극한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끌어올린 액션 스릴러 <인질>은 무더운 여름에 즐기기 적합한 장르적 재미를 갖추고 있다. <베테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여름 흥행 강자로 등극한 배우 황정민이 주연을 맡고, 획기적 기획력을 갖춘 외유내강의 만남으로 올 여름 시장을 견인할 시너지를 기대한다”며 영화의 경쟁력을 소개했다.
이번 여름 시장은 외화의 선전으로 절반의 회복에 성공한 극장가가 나머지 절반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담당은 “그동안 우리나라 극장은 한국영화와 외화가 50%씩을 시장을 점유하고 있었다. 최근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크루엘라> 등이 자기 몫을 해줬다면 7월 하반기부터는 한국영화가 나머지 몫을 해주면서 균형을 이루어 시장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하영 대표는 “극장 시장은 영화 한편만으로 회생되지 않고 서로 도와줘야 한다. 이미 관객은 볼 만한 영화가 있으면 나올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극장 내 음식 섭취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만 조정된다면 데이트족을 극장에 끌어들일 수 있다”며 사회적 인프라의 뒷받침을 강조했다. 더불어 여름 시장 흥행 성적이 하반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여기엔 대형 투자배급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이번 추석이 9월 3째주로 여름 시장과 상대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이번 성수기에 회복세에 접어들면 추석까지 이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찬스를 잡지 못하면 맥이 빠져서 극장이 이전 매출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극장업계와 유료방송업계가 한국 대작영화가 총제작비 50%를 보전할 때까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코로나 이전 극장 매출의 80%까지 따라잡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각 배급사들이 좀더 과감하게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