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빛나는 순간' 같은 상처를 가진 제주 해녀와 다큐멘터리 PD
2021-06-25
글 : 조현나

진옥(고두심)은 바다에서 숨 오래 참기로 기네스북까지 오른 제주 해녀다. 뛰어난 실력에 불같은 성격까지 더해진 그는 해녀들의 대장과 다름없다. 그런 진옥을 취재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PD인 경훈(지현우)이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온다. 하지만 진옥은 ‘방송쟁이 육지 것들’에게 촬영을 허락할 생각이 없다. 진옥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경훈이 해녀들의 일을 돕기 시작하고, 그렇게 서서히 해녀 마을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다. 촬영 도중 바다에 빠진 경훈의 목숨을 구한 진옥은 경훈과 자신이 같은 상처를 가졌음을 안다. 그 뒤로 경훈과 가까워지면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감정들이 진옥의 마음속에 일렁이기 시작한다.

<빛나는 순간>은 <REC 알이씨> <유 메이크 미 댄스> 등을 연출한 소준문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번화한 제주가 아닌 곶자왈 숲과 오직 해녀들의 작업장만이 존재하는 삼달리를 배경으로 진옥과 경훈이 서로의 삶에 어떻게 단단히 자리 잡는지 밀착해 담아냈다.

해녀의 디테일한 몸짓까지 완벽히 구현한 고두심 배우와 경훈의 내면을 차분히 꺼내 보인 지현우 배우의 연기가 훌륭하며, 영화는 그런 두 사람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감정의 작은 변화까지 담아낸다. 제주 4·3사건을 자극적이지 않게 다루면서도 진옥과 경훈이 진심으로 서로를 위하고, 그렇게 사랑을 피워나가는 과정을 또한 섬세하게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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