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 국제영화제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은 배우 겸 감독 조디 포스터는 관객과의 대화 행사인 랑데부 아베크 두 번째 행사에 참석해 “감독으로서, 제작자로서 내 책임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여성의 지시를 받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7일(현지 시각) 진행된 랑데부 아베크에서 조디 포스터는 크게 네 가지 주제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1976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 택시 드라이버>(감독 마틴 스코시즈)로 칸을 방문했던 일화, < 피고인> 속 여성 캐릭터에 대한 생각, 할리우드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법, 코로나 19 이후 가속화된 스트리밍 플랫폼에 대한 생각 등을 유창한 프랑스어로 들려주었다.
13살 때 < 택시 드라이버>로 칸에 여행 갔던 일화는 생생했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초기작인 < 택시 드라이버>는 베트남 전쟁 이후 혼란스러운 미국 사회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영화로,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베트남전 참전 용사 출신인 택시 운전사 트래비스를 연기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조디 포스터는 트래비스가 구하려는 어린 창녀 역을 맡았고, 그 역할로 아카데미 여주조연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조디 포스터는 “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칸으로 떠나기 직전 사랑했던 강아지 나폴레옹이 죽었고, 칸 국제영화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내내 강아지의 죽음을 애도하며 슬퍼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과 함께 있는 건 스트레스였지만 < 택시 드라이버>가 영화사에서 새로운 흐름으로 인정 받게 돼 무척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전작 < 피고인>(1989, 감독 조너선 캐플란)에서 사라가 겪은 일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문제라는 질문도 나왔다. < 피고인>은 웨이트리스인 사라(조디 포스터)가 친구가 일하는 술집에 놀러 갔다가 남자 세 명에게 강간을 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건을 맡은 검사 캐서린(켈리 맥길리스)는 범인을 체포하지만, 피의자의 변호사와 타협해 죄목을 정한다. 사회는 사라에게 강간을 유도했다는 책임을 물으면서 사라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법정 투쟁을 벌인다. 조디 포스터는 “‘당시는 여성이 치마를 입고 있었으니 강간당하는 게 정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힘든 시간을 보내던 시절”이었다며 “개인적으로 < 피고인>은 여성과 폭력에 관해서 대화를 시작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디 포스터는 < 피고인>으로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러면서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할리우드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조디 포스터는 “영화 산업에서 경력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엄마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 분장 감독 분야에선 여성이 많았지만, 시나리오를 쓰거나 연출을 하는 여성은 거의 본 적 없다”며 “심지어 여성 메이저 스튜디오 중역이 몇몇 있었지만, 그들 또한 남성 감독을 고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서야 이 문제를 의식하게 되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지난 10년 동안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이제는 여성들이 비지니스에 뛰어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급성장한 스트리밍 플랫폼을 두고 조디 포스터는 “극장이 아닌 다른 상영 방식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그간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극영화가 많은 돈을 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1억 달러, 2억 달러의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에 투자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라며 “최근 등장한 여러 OTT가 시네아스트를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산업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도 극장이 예전처럼 다시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한편, ‘마블 영화에 출연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조디 포스터는 < 아이언맨>과 < 블랙 팬서>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으며 “나도 마블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것은 지난 2018년 “영화 관람이 마치 테마파크를 방문하는 것처럼 되었다. (중략) 히어로 영화는 미국 관객의 영화 관람 습관을 망치고 있고, 나아가 전 세계 관객들도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던 조디 포스터의 발언과 상반된 내용이라 시선을 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