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이탐미)는 아이를 갖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임신이 좀처럼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남편은 부모를 앞세워 임신을 핑계로 이혼 도장을 찍게 만든다. 이 사실을 알고 여정(윤여정)은 명자의 아파트를 찾는다. 둘은 마트에서 알게 된 사이다. 소매치기로 몰린 명자를 여정이 도와줬기 때문이다. 여정은 명자의 전남편의 뒤를 밟는다. 여정은 한 아파트에서 아이들과 한 여자와 함께 나오는 명자의 전남편을 본다. 그 여자는 바로 명자를 소매치기로 몰았던 사람이다.
<죽어도 좋은 경험: 천사여 악녀가 되라>는 각자의 슬픔을 서로 이해한 두 여자가 남편에게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복수의 포인트는 교환 살인이다. 영화는 서로의 남편을 죽일 계획으로 두 여성의 연대를 그리지만 연대보다는 살인을 통해 얻게 된 죄책감이나 이기심을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인물들의 감정과 표현보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기억에 남는 단 하나는 철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올림픽대교의 이미지다. 강박적으로 반복되는 이 이미지가 영화 전체를 엮는 힌트를 제공하는지는 알 수 없다. 비디오로만 유통되었던 이 영화가 현시점에 불시착한 것일 수도 있지만, 영화 속 감독의 엉뚱함은 여전하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이 주연을 맡았다. 고 김기영 감독의 미개봉 유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