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이 현지시각으로 16일 밤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식 상영을 앞두고 있다. 한재림 감독과 배우 송강호, 이병헌, 임시완이 칸영화제 프리미어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을 예정이다. 사상 초유의 재난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항공 재난 영화인 <비상선언>은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칸에서의 첫 공개에 앞서 <비상선언>에 대해 알려진 몇 가지를 정리해보았다.
360도로 돌아가는 비행기와 카메라
‘비상선언’이란 항공기가 재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기장의 판단에 의해 더 이상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능하여 무조건적인 착륙을 선언하는 비상사태를 뜻한다. 항공 재난물 <비상선언>은 “완벽한 장르영화”라는 칸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의 극찬을 받았다. 그는 “작가주의, 역사영화, 장르영화로 크게 나뉘는 한국 영화의 갈래 중에서 <비상선언>은 장르성이 매우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고 초청 이유를 전했다.
영화의 완성도는 재난 상황을 그리는 리얼리티에서 비롯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선언>은 재난을 맞닥뜨린 비행기 승객의 감정을 관객이 체험하도록 유도하는 영화다. 이에 세트와 촬영 기법 등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2021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인터뷰로 <씨네21>과 만난 한재림 감독에 따르면 “<비상선언>은 세트 분량이 60~70%, 로케이션도 그렇게 많지 않다.” 실제로 <비상선언>은 비행기를 공수해 자르고 패키징하는 할리우드 팀의 도움을 받아 보잉 777 세트를 구현했다.
또한 한재림 감독은 “비행기가 요동치는 장면에서 카메라를 360도로, 한 100번은 돌렸다”며 이모개, 박종철 촬영감독이 직접 비행기 세트에 몸을 고정시킨 후, 비행기가 돌 때마다 카메라로 승객들의 표정을 잡아냈다고 밝혔다. 긴장감 있는 리얼한 체험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형사로 돌아온 송강호, 장관이 된 전도연
한재림 감독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수많은 사람이 진심을 다해 움직이고 사람들을 구해내는 모습을 통해 재난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한 바 있다. 배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소화한다.
우선 배우 송강호는 오랜만에 형사로 변신한다. 그는 <비상선언> 크랭크업 당시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이웃,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고 감동적인 시간을 보냈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재림 감독에 따르면 송강호 배우가 맡은 캐릭터는 영어도 못 하고 핸드폰도 잘 못 다루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로맨틱한 인물이라고. 배우 이병헌은 비행기 공포증이 있으나 딸을 위해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을 연기한다. 겁 많고 철없지만 순수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특유의 진지함과 유머를 겸비한 모습이 영화를 통해 그려질 예정이다.
비상사태에 맞서는 장관 역으로는 배우 전도연이 나선다. 한재림 감독은 “표리부동한 시스템의 모습을 묘사하는 게 이 영화에 그리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며 “인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더 포인트를 뒀다. 그걸 상징하는 인물이 전도연 선배님이 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와 함께 국가의 재난 대응을 보여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실장 역은 배우 박해준이 맡는다. 이 밖에도 배우 김남길이 부기장, 배우 김소진이 승무원, 배우 임시완이 홀로 비행기에 오른 승객으로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