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우 제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두 번째 영화제를 치르게 됐다. 축제의 규모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조성우 집행위원장은 한국경쟁 섹션과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는 ‘짐페이스’를 신설하고 경쟁부문의 상금을 상향 조정하는 등 보다 많은 영화인, 관객이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영화제를 기획했다.
‘음악영화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바탕으로 더욱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한 이번 제천영화제에서는 25개국 총 116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예년과 같이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도 시청 가능하다. 개막을 앞두고 영화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조성우 집행위원장을 만나 음악과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제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 재임했다. 다시 집행위원장 자리를 맡게 된 이유가 있다면.
=제천영화제 사무국이 제천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운영진에 변동이 생겼고, 경험 있는 집행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제천시의 요청도 있었고 영화제 창립 멤버이다보니 여러모로 애정이 많아서 고민 끝에 사명감을 갖고 다시 돌아왔다.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아 예의 주시하고 있을 것 같다. 어떤 방역 대책을 준비하고 있나.
=관객, 게스트 모두 발열 체크와 손소독, 문진표 작성 등을 해야 하고 극장 상영 전후 소독도 철저히 할 예정이다. 방역 브랜드와 업무협약을 통해 2차 방역 시스템도 마련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후 방역 지침이 좀더 강화됐다. 영화제 스탭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 내부 행사에 참여할 경우 코로나 PCR 검사 음성 판정을 받아 제출해야 한다.
-<원 썸머 나잇> 등의 공연도 취소됐다. 공연이 주력인 음악영화제인 만큼 아쉬움이 크겠다.
=제천영화제는 자연과 함께하는 공연, 행사라는 특색이 강하기 때문에 그런 장점을 보여주지 못하게 돼 아쉽다. 하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정부의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선에서 최선의 행사를 개최하는 게 지금의 방식이다. 대신 제천시 문화회관에서 제천 시민과 현지 의료인을 대상으로 <조이풀 짐프>라는 무료 공연을 준비 중이다.
-올해 영화제에 몇 가지 변화가 있다. 그중 하나는 한국경쟁 섹션을 신설하고 장편, 단편을 나눠 심사하는 것이다.
=음악영화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장편, 단편 모두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에 15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국제경쟁 섹션의 경우도 상금을 2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번 변화를 통해 제천영화제가 해외 영화인과 국내 영화인 모두가 더 큰 관심을 갖고 작품을 발표하기를 원하는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
-제천 음악영화 제작지원 프로젝트도 눈에 띈다. 지원금 규모를 대폭 확대하여 음악영화 제작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들었다.
=올해는 장편 2편에 각각 5천만원씩 총 1억원의 제작비를 지원한다. 우리 영화제로선 굉장히 파격적인 결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투자를 늘려온 것들이 곧바로 효과를 봤다고 자평한다. 올해 공모에서 지원작 수가 양적, 질적으로 매우 향상됐음을 느낀다. 앞으로도 음악영화 제작지원 규모를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음악, 영화계에서 활발히 활동한 인물을 선정해 그의 업적을 기리는 ‘짐페이스’ 섹션도 신설됐다. 배우 엄정화를 1대 짐페이스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짐페이스를 신설한 이유 역시 음악영화제로서의 정체성을 더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엄정화씨는 음악, 영화 분야에서 독보적인 자기 영역을 갖고 있는 제천 출신의 인물이다. 음악과 영화를 균형 있게 다루는 제천영화제의 정체성을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짐페이스가 먼저인지, 엄정화씨가 먼저인지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처음부터 그를 염두에 뒀다. 우리 영화제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영예를 안겨주기 위해 영화 상영 말고도 라이브 토크, 전시 등 다양한 이벤트를 계획 중이다.
-‘한국영화사는 음악영화사다’라는 이름의 방대한 장기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과거 한국영화 중엔 나름의 독특한 매력을 가진 음악영화들이 있다. 그 수도 꽤 많다. 다만 예술성이 그리 높지 않아 영화 복원 리스트에서 제외되곤 한다. 예전부터 맹수진 프로그래머와 그런 과거의 음악영화들을 복원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고 이번에 한국영상자료원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소외됐던 음악영화들을 대대적으로 복원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복원된 무성영화들의 경우 뮤지션, 성우와 함께하는 복합 공연으로 소개할 계획도 있다. 장기적으로 한국의 영화사와 음악영화사가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 입증하는 사업이 될 것 같다. 그게 음악영화제로서의 사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음악감독으로서의 근황도 궁금하다.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나 <미스터 주: 사라진 VIP> 등 영화음악 작업도 계속 이어오고 있는데, 최근 참여한 작품을 소개한다면.
=9월 3일 첫방송되는 드라마 <인간실격>의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 드라마 작업은 <불꽃> 이후 약 20년 만이다. 그 밖에 영화 <크리스마스 선물> 음악 작업에도 참여했고 영화제가 끝나면 국립국악원에서 해외 공연을 기획 중이다. 1년 정도 진행하는 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
-음악감독으로서의 삶과 집행위원장으로서의 삶 중 어느 쪽이 더 적성에 맞고 재밌다고 생각하나.
=음악 작업이나 공연은 이제 내 일상과 다름없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일에서 더 보람을 느끼는가 생각해보면, 영화제 일이다. 돈이 목적이 아닌 공적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일말의 사명감으로 성취감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천영화제를 기대하는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힘든 시기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잠깐이라도 일상을 벗어나 즐기는 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유롭게 즐기긴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제천영화제가 관객에게 특별한 공간에서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더불어 제천 시민들에게 이 영화제가 문화적인 자부심으로 느껴지면 좋겠고, 그럴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