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티나' 댄 린제이 감독, T,J,마틴 감독 - 아픔을 딛고 자신의 삶을 되찾다
2021-08-12
글 : 조현나
(왼쪽부터) T.J.마틴 감독, 댄 린제이 감독. 사진제공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야성적인 헤어스타일과 허스키한 목소리로 좌중을 휘어잡는 로커 티나 터너. 누군가는 티나 터너의 무대 위 화려한 모습만을 기억하겠지만, 그에겐 전남편 아이크 터너와의 불화에서 비롯된 상처가 존재한다. <티나>는 아픔을 딛고 오롯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낸 뮤지션 티나 터너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티나 터너에게 트라우마로 자리한 과거의 상처를 건드리는 대신, 그의 극복 과정과 고유한 음악 세계를 깊이 있게 다루는 데에 집중한다. 댄 린제이 감독과 T,J,마틴 감독은 <언디피티드>로 제84회 아카데미에서 장편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뒤 <LA 92> <티나>까지 다큐멘터리 작업을 꾸준히 함께 해왔다. 세심한 시선으로 인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두 감독에게 대화를 청했다.

-제작자 사이먼 진과 조나단 진으로부터 <티나>의 연출을 제안받았다고.

댄 린제이 제안을 받기 전엔 티나 터너에 관해 잘 몰랐다.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인물에 관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 망설여졌는데, 그녀에 대해 차츰 알게 되면서 관심이 생겼고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티나 터너의 전성기를 보고 자란 세대도 있지만, 그의 명성을 실감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도 있다. 작업하면서 어떤 관객을 염두에 뒀나.

댄 린제이 그 부분이 영화의 제작과정을 전반적으로 복잡하게 만든 요소였다. 미국에도 티나 터너의 데뷔부터 전성기까지 그의 커리어를 전부 꿰고 있는 세대가 있는가 하면, 80~90년대 솔로 커리어만 아는 세대도 있고 그를 단순히 문화 아이콘으로 인지하는 세대도 있다. 말 그대로 광범위한 관객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다큐멘터리라는 매체 형식이 새로운 길을 제시할 거라 믿었다. 노래나 극영화 등, 티나 터너의 삶을 다룬 여러 작품이 이미 존재한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티나 터너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담기 때문에 그것이 관객들이 티나 터너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제작 과정에서 티나 터너가 직접 의견을 준 부분도 있나.

T,J,마틴 직접적으로 관여하진 않았다. 다만 제작 초기에 그와 나눈 대화가 큰 도움이 됐다. 티나의 전남편 아이크에 관해선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려 했는데 오히려 티나가 그에 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내더라. 놀람과 동시에 그녀가 겪은 일들이 전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깨달음이 연출의 방향을 정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영화는 아이크의 가정 폭력, 두 사람의 이혼, 티나가 이를 극복하는 과정 등을 깊이 있게 다룬다. 그 과정이 티나에게 트라우마로 작용한다는 것을 안 만큼 편집이나 연출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댄 린제이 티나에게 새로운 트라우마를 안기지 않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촬영 기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나 행사 등이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그녀의 관점에서 바라보려 했다. 그녀가 가정 폭력을 겪으면서도 아이와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곧바로 이혼할 수 없었던 이유 등을 세심하게 담아내고자 했다.

-‘아이크&티나’부터 ‘러브’까지 총 5개의 파트로 나눠 영화를 구성했다.

T,J,마틴 티나 터너의 삶을 전부 들려주려면 파트가 10개여도 모자랄 것 같다. (웃음) 티나 터너에 관해 잘 모르는 관객을 고려해 연대기 순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되, 그 속에서 5개의 주제를 선정해 주요하게 다뤘다. 그중 하나가 방금 말한 ‘러브’인데, 그녀가 겪은 트라우마를 탐구하면서 궁극적으로 이 모든 게 티나가 사랑을 추구하는 여정으로 향한다는 걸 깨달았고 그 점을 영화에 담으려 했다.

-빛바랜 필름부터 최근의 인터뷰 영상까지 다양한 자료를 활용했다. 이 방대한 자료를 어떻게 모았고, 어떤 기준으로 선별해 활용했나.

T,J,마틴 사진작가 밥 르윈이 티나가 아이크와 함께 활동하던 70년대 초반의 모습들을 굉장히 많이 포착했다. 그의 사진들과 함께 티나의 친근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슈퍼8mm카메라로 찍은 영상들도 다양하게 활용했다.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론다 그람이 연도별로 라벨링 된 굉장히 많은 자료들도 제공해줬다. 그 자료를 보면서 영화의 톤 앤드 매너를 결정할 수 있었다. 단순히 팬서비스 차원의 영화를 만드는 건 우리의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티나 터너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기준으로 두고, 그 면면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는 자료들을 선택했다.

-인터뷰와 공연 영상들 모두 세심하게 고민해 고른 티가 났다. 후반부에 꽤 긴 분량으로 들어간 브라질 투어 영상은 현장감이 대단하더라.

댄 린제이 다양한 영상 자료들을 보면서 느낀 건, 티나 터너가 정말 대단한 존재감을 가진 뮤지션이라는 거다. 개인적으로 티나가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공연을 할 때 여성의 권리에 관해 연설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어디에도 공개된 적 없던 그 영상을 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또 티나 터너가 인터뷰 도중 아이크에 관해 질문받았을 때, 순간 흔들린 적이 있다. 티나는 항상 차분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인터뷰 영상을 보고 놀라서 얼른 T,J,마틴을 불러온 것도 생각난다.

-제목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던데, 결국 <티나>로 결정하게 된 이유는.

댄 린제이 <티나>에 관해 수백 개의 인터뷰를 했지만 제목에 관한 질문은 처음이다. 감사하다. (웃음) 제목에 관해 정말 여러 아이디어가 오갔는데 결과적으로 <티나>가 가장 알맞은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는 유명인의 이름을 따서 제목을 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가 단지 유행에 편승하는 건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티나’라는 이름 자체가 가진 힘이 분명 있다고 믿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개막작으로 <티나>가 선정됐고 곧 영화를 통해 한국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댄 린제이 감독은 내한하지만, T,J,마틴 감독은 함께 하지 못해 아쉽겠다.

T,J,마틴 한국에 항상 가보고 싶었기 때문에 이번에 내한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하지만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정말 영광이다. 이 영화가 제작된 뒤로 극장에 상영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티나 터너라는 인물이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확인할 좋은 기회이자 새로운 여정이 될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 댄이 한국에서 돌아오면 어땠는지 상세히 물어보겠다. (웃음)

사진제공 제천국제음악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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