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레미니센스' 휴 잭맨이 이끌어가는 멜로의 정서
2021-08-27
글 : 이보라 (영화평론가)

가까운 미래, 해수면 상승으로 도시의 절반이 물에 잠겼다. 낮과 밤마저 바뀌어버린 세상에서 사람들은 앞날을 그리기보다 과거에 붙잡히길 택한다. 닉(휴 잭맨)은 동료 와츠(탠디 뉴턴)와 함께 사람들이 기억을 떠올려 과거를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 탐정이다. 어느 날, 잃어버린 귀걸이의 위치를 기억해내기 위해 메이(레베카 페르구손)라는 여성이 찾아오고 닉은 운명처럼 그녀에게 매료된다. 둘은 이내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만, 얼마 후 메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깊은 슬픔에 빠져 있던 닉은 우연히 타인의 기억에서 오래전의 메이를 발견하고, 그녀의 실종에 연루된 정황을 하나씩 추적해나간다.

<레미니센스>는 리사 조이 감독이 각본을 쓴 그의 연출 데뷔작이다. 제작에 참여한 조너선 놀런의 영향일지,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지점들이 여럿 보인다.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SF적 상상력을 통해 시간을 탐구한다는 점은 물론, 꿈 또는 기억을 경유해 연인의 과거와 비밀을 짚어나가는 여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특히 <인셉션>에 대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다만 <레미니센스>는 기억을 볼 수 있다는 설정을 관객에게 논리적으로 납득시키기 위해 설명하는 영화는 아니다. 이야기를 따라가기 어렵지는 않지만 단선적이고 성급한 전개로 인해 서사와 장르의 매력은 절감된다. 오히려 주연을 맡은 휴 잭맨이 이끌어가는 멜로의 정서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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