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그대 너머에' 모험적인 형식에 집중한 메타영화
2021-09-03
글 : 이보라 (영화평론가)

영화감독 경호(김권후)는 한창 차기작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젊은 시절 친구였던 인숙(오민애)의 딸이라며 자신에게 연락해온 지연(윤혜리)과 만나 인숙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게다가 지연은 생뚱맞게도 “아저씨가 제 아빠예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극구 부인하는 경호에게 지연은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금세 자리를 뜬다. 한편 경호는 제작사 대표인 친한 형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줬다가 속상한 피드백만 받고,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작가에게 각본을 부탁했다가 거절을 당한다.

박홍민 감독의 전작들처럼, <그대 너머에> 또한 질서정연한 서사보다는 모험적인 형식에 집중한다. 인물들의 대화는 시종 동선을 옮겨가는 상태에서 롱테이크로 진행된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개미들의 모습은 실제로 초밀착 접사촬영을 통해 담아낸 결과물이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시간대를 한 화면에 겹쳐놓은 후반부의 어느 장면은 내내 떠돌아다니는 주인공 경호의 특질을 명징하게 압축해낸다.

<그대 너머에>의 인물들은 기억인지 꿈인지 허상인지 분간할 수 없는 세계를 유랑하며 생의 의미를 찾는다. 주인공이 감독이라는 점에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접목한 메타영화로 읽을 수도, 포괄적으로는 존재에 관해 고찰하는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