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보이스' 범죄 과정이 세세하게 묘사된 보이스피싱 범죄 영화
2021-09-10
글 : 김성훈

부산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인부가 추락할 뻔한 사고가 일어난다. 그 일을 미끼로 건설 현장 직원들의 가족에게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온다.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이 딸의 병원비며 아파트 중도금이며 피 같은 돈을 잃는다. 전직 형사 출신의 작업 반장 서준(변요한) 또한 피해자 중 하나다. 서준이 경찰서에서 풀려나려면 합의금을 내야 한다는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은 아내가 그 충격으로 교통사고를 당한 것. 서준은 가족과 동료들의 돈 30억원을 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쫓는다. 중국 선양에 위치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콜센터에 잠입하는 데 성공한 서준은 그곳에서 자신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던 목소리의 주인공이자 기획실 ‘총책’ 곽프로(김무열)를 마주한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소재로 한 만큼 범죄 과정이 세세하게 묘사된다. 시의성에 맞는 ‘낚시’ 상황을 설정하고, 사실에 기반해 대본을 탄탄하게 구성하며, 콜센터 직원들이 메소드 연기를 동원해 낚시 전화를 돌린 뒤, 한국에 있는 조직원들이 고객의 돈을 재빨리 인출해 중국 위안화와 환치기를 하는 과정은 매우 치밀하다.

자주색 트레이닝복을 단체로 입은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피해자의 돈을 빼돌리기 위해 혈안이 된 콜센터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의 광기 어린 증권회사 사무실이 떠오를 만큼 생생하고 인상적이다. 하지만 서준이 콜센터의 존재를 외부에 알리는 영화의 후반부는 서사가 헐겁고, 서준과 곽프로의 액션 신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하는 동안 이야기 초반에 쌓아올린 서스펜스는 무너진다.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2011),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2011), <무서운 이야기3: 화성에서 온 소녀>(2016) 등을 연출한 김선, 김곡 형제 감독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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